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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수갑 찬 국회의원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과거 우리 경찰 최고의 보직은 교통경찰이었다. 목숨을 거는 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는 교통위반 단속을 통해 '한몫'을 두둑이 챙길 수도 있었다. 제한속도나 신호등을 어긴 운전자와 면허증 밑으로 건네지는 은밀한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먼 친척 중 한 분은 전세 살다가 교통경찰이 된 지 몇 년 안돼 큰 집을 산 적도 있다.

△공권력은 국민에게 명령을 행사할 수 있는 우월한 권력이긴 하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행사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국민이 권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임 중이던 라몬 막사이사이 전 대통령에게 교통위반 범칙금을 부과했던 필리핀 경찰이나 미국 검사가 제한속도 이상으로 달렸다가 경찰에게 딱지를 떼이자 자신을 도로교통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10달러의 벌금을 물린 것은 불편부당의 원칙이 섰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아 있는 기억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다. 김대중 정부 시절 울릉도로 휴가 갔다가 높은 파도로 육지로 나오지 못한 청와대 비서관의 요청에 경비함정까지 동원하고 노무현 대통령 때 청와대 비서관과 그 가족들에게 소방헬기를 타고 새만금 간척지를 돌아보게 했던 게 누구던가. 최근 춘추관장 부친상 때는 경찰이 길 안내에도 나섰다고 하니 이쯤 되면 개인비서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시민과 시위대에 맞는 공권력은 스스로 권위를 저버린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난 8일(현지시간) 22선 경력의 찰스 행걸 의원을 포함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워싱턴 의사당 앞에서 이민개혁법 개정 시위에 참가했다가 불법 도로점거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수갑을 찬 채 경찰에 연행됐다고 한다. 경찰이나 의원 모두 당당했고 어느 누구도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언제쯤 국회의원에게 수갑을 채우고 대통령 차량에 교통위반 벌금을 부과하는 당당한 공권력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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