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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동반위도 거부하는 중소업종 법제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정 위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동반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했지만 여론에 밀려 '중소기업 보호업종'이라는 이름 아래 법적으로 강제될까 걱정스럽다"며 "대중소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낫다"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민간 자율기구인 동반위를 법적 기구화하고 대기업의 진출에 대해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심지어 대기업 경영진에게 징역형을 부과하거나 과태료까지 매기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추진주체인 동반위가 이처럼 힘을 실어주겠다는 정치권의 배려에 손사래를 치고 나선 것은 법으로 강제한다는 게 타당하지 않고 중소기업에 해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혜자가 오히려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실 중소기업 고유영역을 법의 테두리에 묶어둔다고 해도 대기업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빠져나갈 방도를 찾기 마련이다. 오히려 제도의 실효성은 떨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구도만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시대를 맞아 외국 기업들이 이를 문제 삼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숱한 회의와 토론을 거쳐 82개의 중기 적합업종을 선정하는 등 자율적인 동반성장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기업들도 자전거와 빵집 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등 골목상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법제화를 강행한다면 애써 조성된 자발적 상생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우리는 일찍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겠다면 법으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정 위원장의 말처럼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듬기만 하는 유모처럼 행세해서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법률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정 위원장의 고언에 귀를 기울여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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