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시설공단이 국내에서의 철도건설 노하우를 앞세워 해외철도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철도 한류'를 이끌고 있다. 좁은 국내 철도시장에서 벗어나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을 해외로 수출함으로써 경영개선과 수익다변화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21일 철도공단에 따르면 이달 현재 해외에서 수주해 사업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인 사업은 모두 13개국 33개 사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1개 사업을 완료했고 12개 사업을 추진중이다.
철도공단은 지난 2005년 중국 쑤이닝~충칭간 고속철도 콘크리트 궤도 시험선 구간에 대한 감리용역을 수주하며 중국 철도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2004년 11월 베이징에 중국지사를 설립한 지 1년도 안 돼 거둔 귀중한 성과로 꼽힌다.
이어 무한~광저우간 고속철도 감리용역(2006년), 하얼빈~다롄간 고속철도(2008년) 자문용역을 잇따라 수주하면서 고속철도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용역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2010년에는 하얼빈~치치하얼간 고속철도 등 6개 노선에서 6개 품질자문과 2개 감리사업에 참여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올해들어서도 베이징~심양을 잇는 경심고속철도 요녕구간 3공구 시공감리 용역을 수주하며 중국에서 13번째로 철도건설 사업을 따내는데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철도공단은 중국 철도시장에서 확보한 신뢰를 바탕으로 중국 유력업체와 제3국가 철도건설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했다. 2012년 중국 베이징에 있는 감리업체와 베트남 통신·신호 현대화 개량사업 등에 대한 자문 및 교육을 골자로 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현재는 3,000억원 규모의 오만철도 사업관리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국내 업체 및 중국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안서를 제출해놓고 있다.
철도공단은 또한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 미국 등지에서도 철도사업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필리핀 교통통신부가 발주한 63억원 규모의 마닐라 경전철 2호선 동부연장선 토목설계 및 시공감리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네팔 전기철도 실시설계 용역, 방글라데시 신호 현대화사업 컨설팅용역,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자문용역, 말레이시아 통신사업 컨설팅용역 등을 진행중에 있다.
이와 함께 케냐 나이로비~공항 시공감리용역, 인도 델리~임리짜르 고속철도 예비타당성조사 용역, 네팔 전기철도 실시설계 용역 등에 대한 제안서를 제출해놓고 있고 인도네시아 공항철도연결사업, 인도 구자라트주 메트로 기술용역 등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다.
한국철도가 해외시장에서 연이어 진출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보다 경부고속철도 건설과정에서 선진 기술을 적극 수용한데 이어 이를 조기에 우리 기술로 안착화시켰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경부고속철도 건설 당시 선진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미 벡텔사와 사업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했고 공단 자체 능력으로만 사업관리를 할 수 있다는 평가에 따라 용역기간보다 6개월 앞서 용역을 종결하는 등 선진노하우 전수에 심혈을 기울인 바 있다.
철도공단의 해외시장 진출은 국내 철도건설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공단의 경영개선에 큰 힘을 보태주고 있기도 하다. 철도공단이 이제까지 수주한 33개 사업의 사업비는 877억원으로 이중 철도공단 지분이 669억원에 달한다. 해외사업은 국민의 혈세로 추진하는 국내 철도건설사업과 달리 수익을 직접 창출한다는 점에서 향후 철도공단의 경영안정 및 수익다변화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철도공단은 오는 2020년까지 해외사업을 통해 1,611억원 규모의 매출을 창출한다는 목표로 해외사업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강영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고속철도 건설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국내 철도건설에 대한 투자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외 철도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적한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중국, 미국 등 점차 확대되고 있는 해외철도건설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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