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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모바일 혁명, 모바일 헬스케어] <상> 규제에 발목잡힌 국내 'IT+의료'

앱이 비싼 의료기 대체 대세인데… 한국은 눈뜨고 먹거리 내줄 판



의료 서비스 개발해도 '대못'에 상용화 지지부진

세계시장 투자 3배 늘고 애플·구글 선점경쟁 치열

의료법 개정 늦어지면 '패스트 팔로어' 신세 불보듯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 코슬라벤처스 대표는 모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에 얹어진 애플리케이션이 비싼 의료기기보다 건강관리에 더 효과적"이라며 "의사들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기기의 80%는 스마트폰과 저렴한 센서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머지않은 시기에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각종 기기와 앱들이 값비싼 의료기를 대체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의료를 결합한 모바일 헬스케어는 고령화 시대와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스마트폰을 이을 새로운 먹거리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 헬스케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가와 기업 간 경쟁은 시작된 상태다.

송민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규제로 산업의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자의료 정보 시스템의 구축 등 범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바일 헬스케어, 규제에 발목 잡힌 한국=한 예로 한국은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급성장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을 해외 기업에 고스란히 내줄 형편이다.

실제 삼성전자 등 ICT 기업과 분당서울대병원 등 병원이 앞다퉈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대부분 규제에 막혀 국내 상용화에는 실패했다. 반면에 미국 등 원격진료를 허용한 국가에서는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심전도를 측정하고 원격으로 진단을 받는 얼라이브코 서비스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이용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최근 ICT 융합 신제품의 신속한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한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제도'와 인증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은 'ICT 융합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제도에 따르면 근거법령이 마련돼 있지 않거나 불분명해 적시에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ICT 융합 신규 기술 서비스의 경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ICT 진흥특별법 제37조 제1항에 따라 다른 관계부처가 관리하고 있는 기술 서비스는 '신속처리 및 임시허가'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송 연구원은 "ICT 기반 융합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기존의 칸막이형 법·제도 시스템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의 경우 의료기기로 간주돼 제조시설 구축 및 제품 품목별 허가 등 의료기기법상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되며 이로 인한 사업화 지연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장 선점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생태계 조성이 쉽지 않은 국내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현하더라도 연결되는 각종 건강기기와 앱은 '의료기기법'에 적용돼 허가가 까다롭다. 각종 건강정보가 병원에 제출된다면 식약처의 'U헬스기기 가이드라인'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전자업체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허가 신청이 복잡하고 통과되더라도 최대 2년 이상 소요된다"며 "이미 애플과 구글이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한 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수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은 "국내의 제도적 한계는 물론 생태계 조성이 쉽지 않은 현실 등으로 인해 발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헬스 시장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금, 모바일 헬스케어로=한국이 규제로 신음하는 가운데 이미 세계 자금은 모바일 헬스케어로 옮겨가고 있다. 벌써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바일 헬스 분야에 대한 투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머콤캐피털그룹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에 151건, 7억3,700만달러의 투자가 이뤄졌다. 1년 전인 2012년 3·4분기(39건, 1억9,700만달러)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특히 앱과 센서 분야에 대한 투자가 많았다.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거대 IT 기업의 전쟁터가 돼가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의 선두주자는 애플과 구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나올 정도다. 두 기업은 이미 개인 건강기기와 건강 앱, 건강정보를 통합·관리하는 '헬스케어 플랫폼' 계획을 차곡차곡 실행에 나서고 있다.

한 예로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키트'는 다양한 건강기기를 활용해 수면, 칼로리, 과거 병력 등을 수집한 다음 앱에서 관리한다. 단순한 건강관리가 아닌 기존 환자정보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전자의무기록(EMR) 회사나 보험회사와도 협약을 확대하고 있다.

구글도 헬스케어 플랫폼 '구글핏'을 중심으로 m헬스 서비스 생태계 구축에 올인하고 있다. 올해 7월에 시작한 '베이스라인' 스터디가 그중 하나로 이는 건강한 성인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해 질병분석과 치료방법을 제공하는 서비스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 국내 IT 기업들도 독자 개발, 의료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규제 때문에 제대로 된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은 물론 병원과 정부 등이 차세대 먹거리인 모바일 헬스케어 생태계를 창출하는 데 다 같이 협력해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애플과 구글의 독주를 부러워하며 또다시 '퍼스트 무버'가 아닌 '패스트 팔로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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