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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미국의 주택정책이 주는 교훈


1997년 이후 10년간 125%가 넘는 주택가격은 이후 3년 사이 30%나 급락했다.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 국가들을 부도위기까지 내몬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단초는 바로 주택가격 급락에 따른 투자은행의 부실이었다.

미국의 주택가격 흐름은 우리 집값 흐름과 유사하다. 한국 주택시장은 1997년 말 외환위기로 국내 주택가격의 상승 시기가 조금 늦어졌을 뿐 이후의 흐름이나 상승ㆍ하락폭은 미국의 그것과 거의 일치한다.

그런데 금융위기로부터 5년이 지난 현재의 미국과 한국의 시장 상황은 영 딴판이다. 미국은 지속적인 주택가격 상승이 소비 회복으로까지 이어지며 지금은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 국면 진입을 전망할 만큼 낙관적인 전망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2008년 정점을 찍은 후 속절없는 가격 하락을 경험한 한국 주택시장은 거래절벽, 전ㆍ월세난까지 겹치며 중산층의 가계를 압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시장 문제를 내부에서만 찾기는 힘들지만 이 같은 차이는 두 나라 정부의 주택정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지속적ㆍ간접적 주택정책으로 신뢰

2008년 11월 민주당 후보로 나서 집권한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이듬해 2월 초 '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를 내놓았다. 'ARRA of 2009'에는 파격적인 주택경기 회복 방안도 포함됐다. 주택 구입자에게 6,500~8,000달러의 세금을 환불해주고 모기지 비용이 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을 경우 은행이 이를 감면해주고 정부가 이를 보조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특히 오바마 정부는 일관된 저금리 정책을 통해 지속적으로 낮은 모기지 이율을 유지하고 있다. 주택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간접적 개입으로 일관하되 초기의 주택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은 셈이다.

반면 한국의 주택정책은 단기ㆍ한시적 대책에 급급해 왔다. 한 해에도 몇 번씩 대책이라는게 쏟아져 나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정부는 집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마다 쉼 없이 대책을 만들어 시장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려 애써왔다. 외환위기 직후 출범한 국민의 정부는 나락으로 떨어진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기에 가까운 주택경기 활성화 방안을 쏟아냈고 뒤를 이어 참여정부는 전 정부 시절부터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강남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징벌적 세제를 도입했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가 묶어놓은 규제를 푸느라 내내 허덕거려야 했고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 역시 얼어붙은 주택거래를 살리려고 출범 6개월여 만에 벌써 세 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이 온탕과 냉탕을 오가면서 낳은 결과물은 정책 담당자마저 헷갈릴 만큼 복잡한 세제와 공급제도다. 대책의 약발이 다할 때면 어김없이 부작용이 잇따랐고 내성이 생긴 시장은 좀더 극단적인 또 다른 대책을 요구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미봉책 벗어나 근본적 해결 힘써야

그나마 정부가 내놓은 8ㆍ28 전월세 대책에서 전세금 오른다고 돈 빌려줘 값을 더 부추기는 미봉책을 그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공급 확대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전세 수요를 줄이는 방법은 이들이 매매수요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애초부터 유일한 답이었다. 과거 대책 때마다 남발했던 짧게는 3개월, 길어야 1년짜리였던 한시대책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 역시 고무적이다. 국회 통과라는 큰 벽을 넘는 일이 남았지만 취득세 영구인하를 결정한 것 역시 그런 맥락에서 시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 불황은 내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때문에 답은 부동산 대책 안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답은 주택시장이 아닌 거시경제 회복에 달렸다. 경기가 좋아지고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 주택시장 역시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이제 좀더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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