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모기지 시장 위축으로 전세계로 불었던 부동산 거품이 동시에 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확대에 다른 신용경색으로 세계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자금유입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은 각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부동산 가격 추가하락은 모기지 시장을 더 악화시키고, 그 결과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동시 하락을 가속화시킨다는 시나리오마저 나오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글로벌화는 이미 지난 80년대 말에 나타났다. 미국과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동시에 붕괴하고 한국에서도 노태우 당시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은 적이 있다. 15년을 주기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동조적 하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시중금리 상승으로 세계 부동산 투자시장에 균열이 보이고 있으며, 특히 올해가 시장 균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스페인의 주택 건설 부진, 중국의 규제 강화, 부동산 업체 채권발행 취소, 영국의 리츠(REITs) 상장 감소 등은 시장이 전환점에 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도이체방크 계열사에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을 주시하는 피터 홉스는 “내년에 세계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하강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영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암울한 전망으로 주택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동산 임대료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 중심가 사무실의 경우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높게 임대료가 형성됐으나 9월 들어 상승세가 확연하게 꺾이고 있다. 런던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제곱피트당 최고 75파운드(151달러)까지 치솟은 런던시내 사무실 임대료는 현재 65파운드로 15% 하락했다. 부동산회사 해머슨사의 존 리처드 CEO는 “수년간 누렸던 부동산 임대료의 상승은 이제 옛일”이라며 “그 같은 호황기를 앞으로 1~2년은 볼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심화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8월 말 2ㆍ4분기 미국 주택가격은 1년 전에 비해 3.2% 하락해 87년 주택가격지수를 산정하기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을 ‘제2차 대전 이후 최대 폭락’이라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도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NAR의 한 관계자는 “현재 주택시장의 문제는 대출금리뿐 아니라 주택가격 자체가 너무 높다는 것”이라며 “10년 넘게 주택가격이 하락한 적이 없다는 점에 비춰볼 때 앞으로 2년여간 주택가격 재평가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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