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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진적 원화강세 무리 없다

지난주 말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25원에 마감했다. 이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 등으로 지난해 9월 말 1,195원까지 갔던 데 비하면 70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아시아 각국 통화 중 원화가치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를(환율하락)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HSBC는 올 1ㆍ4분기 환율전망을 달러당 1,110원 선으로 예상하면서 한국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 한국채권에 대한 외국인 매입수요, 한국의 대외채무구조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자 당장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역수지는 지난달 24개월 만에 적자로 반전된 데 이어 이달도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유가 탓에 원자재 수입가격이 크게 오른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수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정범위 내에서 환율상승을 유도하자는 주장이 벌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럴 때 정부의 판단과 대응이 중요하다. 지금의 원화강세 추이가 과연 시장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급격한 것인지 우선 따져봐야 한다. 기업들이 주장하는 대로 수출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는 것인지도 냉철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환율변동은 빠른 속도가 아니고 일정 범위에서만 이뤄지면 어떤 경우든 상황에 따라 긍정ㆍ부정이라는 양면의 득실효과를 낸다. 고유가 등에 따른 최근의 물가불안을 고려할 때 원화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춰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내수산업 부양, 소득분배 개선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무역수지와 환율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여왔다. 고환율은 선이고 저환율은 악이라는 식이었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런 제로섬 인식을 심어줬다. 그 결과로 빚어진 것이 내수와 수출 부문 간 격차확대, 빈부 양극화 심화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2006년 이후 임금과 자영업자의 소득을 합한 노동소득분배율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환율상승을 들었다. 결국 현재의 점진적 원화강세는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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