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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균형발전

얼마 전 강원도의 한 중소도시를 찾았던 적이 있다. 마침 주말이라 가족들과 함께 시내 번화가를 찾았지만 초저녁인데도 인파가 북적거리는커녕 마냥 썰렁하기만 했다. 지역 상인들은 “저녁9시만 되면 손님들이 없어 다들 문 닫고 일찍 들어간다”며 잔뜩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거리에는 빈 택시만 잔뜩 줄지어 서 있을 뿐 예전 같은 활력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요즘 지방을 다니다 보면 한결같이 지역경제가 빈사상태에 몰려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실감할 수 있다. 오랜 경기침체의 여파가 지역경제에 쉽사리 이겨내기 힘든 치명상을 안겨준 셈이다. 참여정부가 집권 후 줄곧 지역균형 발전을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차에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이 강원도 평창을 찾아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전국 각 지역을 3∼4개 등급으로 분류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등을 차등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한우농가와 만나 “인구이동을 중심으로 전국을 등급화해 벽촌일수록 생활비도 현저히 줄어들게 만들어야 한다”며 “원칙적 방법만으로는 안될 것 같아 아주 파격적인 균형발전을 한번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그동안 펼쳐온 지역발전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을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손쉬운 정책에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다. 이른바 부자들(단지 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로부터 돈을 더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은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한달에 의료보험 몇 천원 적게 낸다고 해서 지방으로 선뜻 내려가겠다고 나설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또 간신히 대도시 한켠에 붙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좋은 곳에서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면 누가 선뜻 받아들이겠는가. 정부가 최근 자녀를 더 낳는 부모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한 자녀 가정에서 세금을 더 거둬들이는 정책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이 전국 어느 곳에 살더라도 웬만큼 먹고 살게만 해준다면 다 부질 없는 정책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근본을 애써 외면한 채 그저 임시방편식 처방만 되풀이한다면 대선을 앞둔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별로 할말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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