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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정치가 기업을 내쫓는 나라

대선 앞두고 포퓰리즘 편승… 기업활동 위축시킬까 걱정<br>기업인 의욕 북돋는 정책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힘써야


21세기 철강왕으로 불리는 락시미 미탈 회장은 영국 런던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타지마할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가 인도 전성기인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시라지 샤자한의 무덤을 본따 타지마할이라고 명명한 것은 조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어서다. 그는 평소 인도를 옛 무굴제국처럼 강대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하겠다는 포부를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인도인들도 공격적인 영토확장으로 세계 최대의 철강업체를 일궈낸 미탈에게 인도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평생 인수ㆍ합병(M&A)으로만 회사를 키워온 그가 인도 동부의 오리사주에 처음으로 제철소를 세우겠다고 나선 것도 인도를 에너지 자립국가로 변신시키고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는 애국심의 발로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런 그가 최근 사랑하는 조국을 떠날 수도 있다고 폭탄선언을 터뜨려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가 평생의 꿈이라며 추진해왔던 제철소 건립이 정부의 각종 규제에 밀려 지지부진해지자 아예 투자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고 나선 것이다. 미탈은 이런 식이라면 인도에 대한 투자순위를 늦출 수밖에 없다며 정치권의 발목잡기 규제에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미탈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요즘 인도의 정치상황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집권당은 고위관료들의 잇따른 부패사건으로 흔들리고 있으며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다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인도의 정치적 마비가 성장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며 성장전략을 마련하는 것보다 정치권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꼬집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인도의 정치상황이 기업심리를 위축시키고 투자환경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까지 끌어내렸다고 하니 심각성을 짐작하게 한다.

대선 결선투표를 앞둔 프랑스도 조국을 등지는 엑소더스 행렬에 골치를 썩고 있다. 집권이 확실시되는 좌파 사회당의 반부자 정책과 과도한 부유세에 부담을 갖고 프랑스를 떠나려는 부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당은 대선공약으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41%에서 75%로 올리는 등 세금폭탄을 안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영국이나 스위스 등 다른 유럽국가들은 과중한 세금을 피해 조국을 떠나는 프랑스인들이 몰려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한다.

선거의 해를 맞은 한국도 이들 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보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하나같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외국기업조차 최근 기업정책들이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으니 국내 기업들이야 오죽할까 싶을 정도다.



모름지기 기업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여줬듯이 본격적인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표심을 얻겠다며 얼마나 더 기업활동을 옥죄는 정책이 쏟아져 나올지 걱정스럽다. 정치권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니 순환출자 금지 같은 조치까지 거론하고 있으며 그룹 해체를 압박하는 주장까지 갈수록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선거 때만 되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는커녕 멀쩡한 기업마저 밖으로 내모는 상황이 되풀이되면 글로벌 경쟁력 강화나 지속성장 같은 목표는 공염불로 그칠 수밖에 없다.

최근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죽을 쑤고 있지만 그나마 미국은 경기지표가 개선되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정권까지 나서 제조업 부활을 부르짖고 기업인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것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리고 있다.

미탈 회장은 조국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인도 국적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과연 포퓰리즘적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기업들을 해외로 쫓아내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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