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등 영국은행들이 빚잔치를 벌인 영국인들 때문에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지고 있으며 이를 제 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3분기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파산한 영국인들은 2만7,087명으로 2분기보다 8.8% 늘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분의 1이 빚을 감당하기 벅차다고 응답했다. 현재 영국인들의 개인 신용 부실은 심각한 수준이다. MBNA의 경우 30일 이상 카드를 연체한 비율이 7.06%에 달해 지난 5월에 비해 0.63%포인트 증가했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7.99%로 0.49%P, HSBC는 2.81%로 0.12%P 각각 높아졌다. 연체 비율이 감소한 곳은 3.52%를 기록한 바클레이즈에 불과했다. 여기에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실업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빚을 갚지 못하는 영국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영국의 실업률은 5.8%로 전분기보다 0.4%P 높아졌다. 영국의 대표적인 은행들은 영국인들에게 막대한 돈을 빌려준 상태다. HSBC, RBS, MBNA 등이 신용카드와 오버드래프트론 등으로 개인들에게 대출해준 돈은 2,350억 파운드(약 3,480억 달러)에 이르며 이는 지난해보다 5.5% 늘어난 것이다. 리서치업체인 샌포드번스타인은 이 가운데 170억 파운드(약 250억 달러) 이상이 앞으로 2년 내에 부실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영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에 필적하는 규모다. 무디스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은행들의 상각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체에서 상각까지 6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어 아직 부실 규모가 구체화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무디스 런던사무소의 진 돈호퍼 수석 부사장은 "은행들의 상각 규모가 상당한 수준에 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은행 산업의 전망을 암울하게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즈, HSBC, MBNA 측은 신용카드 대출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심각한 수준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연체자들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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