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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둘레길, 동백으로 덮인 파라솔 그늘 원시림 속에서 여름을 쫓다

역사·삶의 흔적 간직한 동백길… 국유림으로 둘러싸인 돌오름길<br>희귀 생물 보전된 사려니숲길… <br>해발 600~800m 산허리 따라 터벅터벅 호젓히 걷는 맛 쏠쏠<br>코스 평탄해 가족 트레킹 제격

한라산 둘레길 제1구간 중간쯤에 있는 계곡. 지금은 건천에 웅덩이만 몇 군데 남아 있지만 비가 내리면 투명한 물이 굽이치고 곳곳에 작은 폭포들이 생긴다.


둘레길 입구로 발을 내딛자 하늘이 안 보이고 빛이 사라졌다.

대낮인데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숲이 우거진 둘레길이 시작됐다. 밀림(密林)이란 이런 숲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여름의 제주 올레길이 염천(炎天)이라면 한라산 둘레길은 파라솔 그늘이었다.

한라산 둘레길은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일제강점기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와 임도, 표고버섯 재배지 운송로 등을 아우른다. 길은 무오법정사, 시오름,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수악교, 이승악, 사려니오름, 물찻오름, 비자림로, 거린사슴, 돌오름 등을 연결하는 80㎞를 환상으로 둘러싸고 있다.

산림청은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집중되는 탐방객의 분산을 유도하고 역사ㆍ생태ㆍ산림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학습장을 제공하기 위해 이 길을 조성했다. 한라산 둘레길은 동시에 자연의 보고다. 78과 254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졸참나무ㆍ서어나무ㆍ산딸나무ㆍ때죽나무ㆍ단풍나무 등의 목본류와 천남성ㆍ꿍의밥ㆍ둥굴레ㆍ박새ㆍ새우난ㆍ좀비비추 등의 초본, 석송ㆍ뱀톱ㆍ고비 등의 양치류가 그들이다.

둘레길에는 다양한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오소리와 족제비, 조류로는 멸종위기에 있는 매ㆍ팔색조 등이 둥지를 틀고 있고 큰오색딱따구리ㆍ박새ㆍ곤줄박이ㆍ삼광조 등 산림성 조류와 원앙ㆍ검은댕기해오라기 등이 산림습지에 서식하고 있다. 파충류 중에는 쇠살모사의 밀도가 높고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비바리뱀도 서식하고 있다.

이제 울울창창한 원시림 속으로 발길을 옮기면 인간이 손님 신분으로 뒤바뀌어 자연과 조우하는 트레킹이 시작된다.

◇제1구간, 일명 동백길(무오법정사~돈내코계곡 14.2㎞)=한라산 둘레길 1구간은 무오법정사에서 동쪽으로 돈내코 계곡까지 이어지는 14.2를 지칭한다.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의 성지였던 무오법정사와 4ㆍ3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토벌군주둔소, 화전민터, 표고재배장 과 동백나무 및 편백나무 군락지, 법정이오름, 어점이오름, 시오름, 미악산, 강정천, 악근천 등이 이어진다.

제1구간을 걷는 내내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았고 코코넛 섬유로 짠 친환경 매트가 둘레길을 덮고 있어 발걸음을 옮기기도 힘들지 않았다.



▲가는 길=제주~중문 구간을 잇는 1100도로를 운행하는 버스를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타고 무오법정사 입구에서 내려 2㎞ 남짓 걸어 들어가면 둘레길 입구가 나온다.

◇제2구간, 일명 돌오름길(거린사슴오름~돌오름 5.6㎞)=한라산 둘레길 제2구간은 해발 743m의 거린사슴오름에서 해발 1,270m의 안덕면 상천리 돌오름 입구 사이 5.6㎞ 구간으로 대부분 국유림지대다. 1980년대까지 표고버섯 재배지로 유명했고 졸참나무ㆍ삼나무ㆍ단풍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생한다. 거린사슴오름과 돌오름에 오르면 한라산과 법정이오름ㆍ볼레오름ㆍ노로오름ㆍ삼형제오름 등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2구간 곳곳에서는 제주 서남부 지역 경관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둘레길 2구간 역시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하지 않은 비교적 평탄한 길이어서 노약자들도 트레킹을 즐길 만하다. 30분쯤 걸었을까. 오른쪽 길가로 뱀 한 마리가 지나가더니 얼마 가지 않아 이번에는 수노루 한 마리가 왼쪽 숲에서 달아났다. 중부지방에는 홍수가 나서 아우성이지만 비가 온 지 한참 됐다는 한라산 계곡에는 물이 말라 있었고 물 밖으로 드러난 현무암은 온통 이끼를 뒤집어써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가는 길=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서귀포자연휴양림 입구에서 내려 거린사슴전망대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제2구간이 시작되는 입구에 도착한다.

◇사려니숲길 코스=사려니숲은 유네스코가 2002년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의 한 부분이다. 생물 보전지역은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조화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해 해발 200m 이상 지역, 그리고 영천과 효돈천 및 그 주변 500m 이내 지역, 서귀포해양공원과 효돈천 하류를 연결한 해역으로 전체 면적은 8만3,094㏊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핵심지역이 5,158㏊, 완충지역 1만4,601㏊, 전이지역은 5만3,335㏊에 달한다.

▲가는 길=5ㆍ16도로를 지나는 버스를 이용할 경우 교래입구에서 내린 후 도보로 15분 정도 이동하면 물찻오름 입구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탐방 2일 전까지 난대산림연구소(064-730-7272)에 사전 예약한 후 서성로 방면 출입구로 입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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