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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CSV, 기업 DNA로 뿌리내려야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부학장


김태영 성균관대 교수


비영리와 영리의 전통적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 중심에 공유가치경영(Creating Shared Value·CSV) 모델이 있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환경·가난·협력업체 등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도모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사회 문제 속 새 사업 기회 있어

한국에서 CSV 모델이 주목받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존의 경영전략 방식은 신시장 창출과 혁신에 한계가 있다. '여러분의 신시장은 어디에 존재하느냐'는 질문에 많은 기업의 임원진은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어려운 질문이지만 공유가치는 사회 문제와 기업 핵심역량의 접점에 신시장이 있다고 말한다. 피터 드러커가 설파했듯이 사회 문제가 있는 곳에 바로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

둘째, 글로벌 기업 환경은 다양한 경영 문제에 차원이 다른 대답을 요구한다. 글로벌 경영에는 선진국 고객을 위해 상품을 조금 수정하고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GE의 헬시매지네이션(Healthymagination)이 전개한 역혁신처럼 저렴하고 편리한 의료기기는 현지 고객들이 마주한 사회·경제적 환경과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로 가능했다.

셋째, 사회적 문제는 단일조직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기업과 정부가 불협화음을 내는 상황에서 공유가치가 창출되기는 어렵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 가난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유토피아적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기업·정부·비영리단체·학계 등이 서로 힘을 모아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컬렉티브 임팩트(집단적 파급력)'가 중요하다. 잘 알려진 예로는 초콜릿 회사 마스와 식료품 회사 네슬레가 있다.



마스는 코트디부아르, 네슬레는 남미와 아프리카 농가의 빈곤 해결을 위해 선진 농업기술을 교육·전수하고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마스는 코코아, 네슬레는 우유와 커피 수급의 안정화를 달성했다. 한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두 모델 모두 기업 혼자가 아닌 정부·비영리단체 그리고 세계은행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로 가능했다는 것이다. 공유가치 모델은 여러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 없이는 힘들다.

한국 기업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CJ그룹은 베트남의 닌투언성에서 고추재배 사업을 시작했다. 이 지역의 빈곤 퇴치를 위해 베트남 정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도 적극 참여해 컬렉티브 임팩트를 만들고 있다. 마스와 네슬레 모델과의 한 가지 차이점은 오랜 가난에 지친 농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의지를 갖도록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접목됐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일한 한국적 민관 공유가치 사업이다.

CJ처럼 독자적 공유가치모델 개발을

한국사회는 유행에 민감하다. 학원·음식점·여행지 등 좋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찾는다.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전사적품질경영'·'식스시그마' 등 좋다고 소문난 경영기법은 순식간에 확산된다. 하지만 유행이 지나면 찾지 않는다. 공유가치 모델이 한철 유행이 아닌 기업 DNA의 일부가 되기를, 그리고 컬렉티브 임팩트를 창출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 사회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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