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지원 금지, 모니터링 방북 인원 제한, 지원사업 협의를 위한 대북 접촉 불허 등 현재 정부가 민간에 취하는 핵심적인 규제조치에 변화가 없으면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북한 탁아소 등에 의약품을 지원한 뒤 모니터링차 방북했던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의 이용헌 대외협력국장은 “인도적 지원의 핵심은 식량 지원”이라며 “이 부분에 구체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 부분에 대한 변화 없이는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라며 “큰 기대는 안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민간단체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으로 미뤄봤을 때는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라며 “기대가 있다면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으니 뭔가 조치가 있지 않겠나’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단체들의 이 같은 반응은 박근혜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정책이 ‘5·24’ 대북제재 조치로 인도적 지원이 사실상 중단됐던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후퇴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국내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액은 2012년 118억원이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2월 이후 12월까지 68억원으로, 전년도의 58% 수준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밝혀왔지만 실제로는 남북관계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 민간단체들의 판단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유럽 NGO와 국내 NGO가 협력해 북한의 농업, 축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언급한 데 대해 주목하며 다시 기대를 걸어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은 “박 대통령이 그동안에는 영유아 지원에 대해서만 언급했는데 이번에 농업, 축산과 같은 개발지원 사업에 대해 얘기한 것은 큰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강 사무총장은 “빈말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한다”라며 “대통령의 약속인 만큼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실행되고, 그 과정에서 민관협력도 강화해나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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