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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노란 은행잎을 보며
입력2006-10-25 18:19:26
수정
2006.10.25 18:19:26
사무실 창밖 은행나무의 노란 잎에서 가을이 묻어난다. 한 해의 삶을 지탱해준 푸른 잎을 노랗게 털어버리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것이다. 버릴 건 아무런 미련 없이 버려야 고난의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도 맞이할 수 있다는 걸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같다.
요즘은 봄과 가을이 예전에 비해 짧아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벌써 10월도 끝자락이 보인다. 이제 금방 겨울이 올 것이다. 집 없는 서민에게는 겨울의 추위가 더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준다. 난방비 등 주거비용도 더 들고 일자리 구하기도 더 힘들어진다.
차디찬 방바닥의 새우잠을 면할 수 있는 집 한 칸이 절실한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많다. 이런 처지에 있는 무주택 서민에게 다양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도 사회안전망의 한 축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 많은 사회적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임대주택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엄연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이러한 곱지 않은 시선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도 웅크리게 만든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어서는 안되며 그 아픔을 감싸주어야 한다.
무주택 서민에게는 임대주택이라는 포근한 물리적인 공간이 가정이라는 따뜻한 심리적인 공간을 만들어준다. 나아가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함께하는 우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임대주택은 물리적 거주 차이로 인해 생긴 사회적인 벽을 허물고 서로가 살갑게 손잡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빠른 변화 속에서 많이 옅어졌다고는 하지만 농경사회의 전통이 아직도 남아 있는 우리 사회에는 집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하다. 이제는 이러한 집에 대한 집착을 버려도 되지 않을까. 요즘의 임대주택은 분양주택과 품질에서는 차이가 없다. 단지 자기 집을 가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주택과 입주민에게 겨울의 삭풍 같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은 넉넉하고 심성 고운 우리 민족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더 나은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미련 없이 버리듯 임대주택에 대한 이유 없는 편견을 버리자. 그래야 우리 사회에도 따뜻한 봄이 올 것이다. 노란 은행잎 사이의 파란 하늘이 더 높다. 시골집 평상 위의 잘 마른 고추처럼 붉은 햇살이 세상에 고루 내리고 있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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