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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액금융, 서민을 위한 제도인가… 21C 고리대금업인가

■ 빈곤을 착취하다(휴 싱클레어 지음, 민음사 펴냄)

가난 구제하는 동아줄서 돈장사에 이윤만 쫓는 등

인간의 탐욕으로 변질된 소액신용대출 민낯 폭로


■빈곤을 착취하다(휴 싱클레어 지음, 민음사 펴냄)

“나는 소액 대출이 또 다른 종류의 고리대금업을 만들어 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1983년 방글라데시에 그라민은행을 설립, 소액 신용 대출로 빈곤을 타파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함마드 유누스는 지난 2011년 뉴욕 타임스의 특별 기고문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라민은행이 설립된 이후 30여년간 소액 금융은 ‘서민들을 가난에서 구제해 주는 동아줄’로 인식돼 왔다. 이 때문에 유누스의 발언 이후에도 소액 금융이 정말 악질적인 고리대금업일까라는 명제에 대해 기자를 포함해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소액 금융은 서민을 위한 제도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빈곤을 착취하다’는 소액금융에 몸 담았던 휴 싱클레어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10년간 세 대륙에 있는 여러 소액 금융 관련 기관에서 일하면서 내부로부터 소액 금융을 변화시켜 보려 애썼던 금융인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지적해 봤지만, 그런 주장은 무시됐다. 저자에 따르면 소액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선한 사람들은 점차 사라지고, 그저 이윤이라는 한 가지 동기로 움직이는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워나갔다.

결국 저자는 소액 금융의 고발자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라민은행과 같이 서민을 구제한다는 취지대로 운영되는 소액 대출 프로그램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저자는 소액의 사업 대금을 저리로 빌려줘 실제로 빈민 구제에 기여하고 있는 몽골의 한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이례적인 경우에 가깝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인간의 탐욕으로 변질된 소액 금융의 단면을 넘어 소액금융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소액 금융이 장기적으로 빈곤 완화에 기여한다는 분명한 증거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소액 금융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대출을 해줘 기업가적 비전을 심는다는 핵심 가치에 기대고 있다. 쉽게 말해 어려운 사람에게 물고기를 건네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를테면 개발 도상국의 한 여성이 소액 대출을 받아 재봉틀이나 염소 같은 생산적인 자산을 마련하고, 이후 자산을 토대로 열심히 일해 소규모 자영업을 이룬다. 이후 가난에서 벗어나며, 이로써 그 자녀들은 물론 지역 사회까지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그런 사례는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대출금이 생산적인 용도에 쓰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아울러 실제 대출 이자율은 공식 명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자율이 연 30퍼센트 이하인 경우는 드물며, 멕시코의 한 유명한 소액 금융 기관은 최고 연 195퍼센트의 이자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제도 하나로 서민구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새로운 대안을 찾기보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미래의 규제 당국을 위해서는 ‘고리대금을 막기 위해 이자율 상한선 제도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라’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소액 금융 기관에 대한 항의 절차를 알아보라’고,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소액 금융 기관 경영진을 위해서는 ‘그곳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저자는 말한다. “내가 기꺼이 이단아가 돼 책을 내는 이유는 소액 금융 부문의 실상을 조명하는 동시에 조금이라도 빈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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