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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즉시퇴출제 나몰라라

이재철 기자/humming@sed.co.kr

대한통운은 국내외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수를 탐내는 대한민국 대표 물류기업이다. 거래소 상장기업이기도 한 대한통운은 그러나 요즘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올해 말이면 자동적으로 퇴출되기 때문이다. 대한통운은 현재 법정관리 상태로 즉시퇴출제의 유예기간인 올해 말까지 법정관리를 졸업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물론 거래소시장에서 퇴출된다고 해서 기업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인수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상장 프리미엄이 사라지면 그만큼 매각에 불리할 수밖에 없고 대외신인도 역시 추락한다. 상대적으로 건실하다고 인정받고 있는 기업조차 퇴출 초읽기에 몰리면서 매각 협상과 기업회생에 암초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3년부터 즉시퇴출제가 시행되면서 부도가 나거나 법정관리ㆍ화의 신청기업은 주식시장에서 강제 퇴장됐다. 당시는 증시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됐다. 증권당국은 제도를 만들면서 경과규정으로 이미 법정관리ㆍ화의 상태인 기업에게 2년의 유예기간을 줬고 그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5월 서울남부지법이 지누스의 즉시퇴출 취소 가처분 소송에서 “즉시퇴출제도가 기업회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어 위헌소지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법정관리와 화의는 기업회생을 위한 법적 구제책인데도 증시에서 법정관리ㆍ화의기업을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은 기업회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법원은 못 박았다. 당연히 대한통운ㆍ나산 등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을 대환영했다. 아울러 증권당국의 규정 개정 등 후속조치도 기대했다. 업계 역시 즉시퇴출제를 대폭 손질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후 4개월이 지나도록 법원도 증권당국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심지어 즉시퇴출제의 존폐를 가를 본안소송의 변론 날짜조차 잡혀 있지 않다. 거래소 규정개정권을 갖고 있는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도 “지누스 본안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개정을 하는 문제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팔짱을 끼고 있다. 연말까지 3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9개 법정관리ㆍ화의기업은 자동퇴출의 운명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쫓겨나면서 받게 될 경제적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올 초부터 증권거래소 등이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해 퇴출규정 개정안까지 만들어놓고는 이제 와서 왜 ‘나 몰라라’ 하는지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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