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재 사립대에 다니던 김민수(21)씨는 올 초 서울의 상위권 대학 건축학과에 편입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편입하기 위해 입학 때부터 꾸준히 준비했다는 김씨는 "아무래도 지방대에 비해 서울에 있는 대학이 교육여건이나 질이 낫지 않겠느냐"면서 "졸업 이후 취업하는데도 지금 다니고 있는 대학 간판이 훨씬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도권 지역의 전문대를 졸업한 권지영(22ㆍ가명)씨는 지난해 4년제 대학 편입에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현재 편입학원을 다니고 있다. 관광학을 전공한 권씨는 "공부를 좀 더 하고 싶고 전문대보다는 4년제 대학을 나오면 더 나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생각에 도전했지만 마음대로 안 된다"면서 "준비하기 나름이겠지만 갈수록 전문대 출신들에게 편입 문턱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2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불리는 대학 편입에서 4년제 일반대학 출신이 꾸준히 늘고 있는 반면 전문대 출신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겹치면서 좀 더 좋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하려는 4년제 대학 출신 수험생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서울ㆍ수도권 중위권 대학→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으로 연쇄 이동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일반편입 합격생 중 4년제 대학 출신 비율 갈수록 높아져=서울경제신문이 고려대ㆍ동국대ㆍ성균관대ㆍ숙명여대ㆍ인하대ㆍ중앙대ㆍ한국외대ㆍ한양대ㆍ홍익대 등 서울 및 수도권 소재 9개 대학의 최근 5년 간 일반편입 합격자(최종 등록생 기준)의 출신성분을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 출신이 평균 71.9%였고 전문대 출신은 19.5%로 나타났다. 나머지 8.6%는 학점은행제나 외국 대학 출신 등이다. 대학 편입은 크게 일반편입과 학사편입으로 나뉘는데 일반편입은 4년제 대학을 2년 이상 다녔거나 전문학사를 가진 이들에게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학사편입은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학사학위를 취득한 이들이 대상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요 대학의 일반편입 합격자의 절반 이상이 전문대 출신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4년제 대학 출신과 비율이 역전됐다. 일부 상위권 대학의 경우 4년제 대학 출신이 90%를 웃돈다. 고려대의 경우 총 148명의 2011학년도 일반 편입생 중 4년제 출신이 135명으로 91.2%를 차지했다. 2009학년도와 2010학년도에는 각각 91%와 92.1%였다. 성균관대와 숙명여대도 4년제 대학 출신 비율이 높은 편이다. 성균관대는 최근 5년 간 1,300명의 편입생 가운데 1,182명이 4년제 출신(91%)이었고 숙명여대 역시 807명 중 4년제 출신이 755명(94%)이었다. 상위권 대학 가운데 한양대와 한국외대는 상대적으로 4년제 대학 출신 비율이 낮았다. 한양대는 2007학년도에 72%였던 4년제 대학 출신 비율이 2011학년도에 62%로 낮아졌다. 대신 학점은행제와 산업대ㆍ외국대학 출신 등의 비율이 같은 기간 6%에서 18%까지 늘었다. 한국외대도 4년제 출신이 65~70%이고 전문대 출신이 25~30%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입 통한 대학 서열화 심화 우려도=대학들은 재학생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거나 재수(또는 반수), 해외 유학 등으로 생긴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편입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또 전문학사 이상의 학위를 가졌거나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요건을 갖춘 학생들이 학업을 더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해마다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에서만 1만명에 가까운 일반 편입학이 이뤄지고 있다. 또 대학 입시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이 보다 나은 교육여건과 평판도를 지닌 대학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입학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지방대나 전문대에 다니던 학생들이 편입학 제도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으로 말을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편입학 입시의 특징은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 간 이동이 많다는 것이다. 중ㆍ하위권 대학에서 상위권 대학으로 편입하는 학생이 크게 늘고 있는 것. 대학 서열화 현상에 따른 결과다. 이에 대해 한 편입학원 관계자는 "과거 같았으면 굳이 옮기지 않아도 될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편입학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더 나은 '간판'을 따기 위해 편입을 고려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학벌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인성을 중시해 직원을 선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취업에서 대학 간판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편입을 통한 대학 간 학생의 연쇄 이동은 결국 지방 소재 대학의 공동화로 이어지고 대학 서열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관계자는 "대학들이 수학 능력을 갖춘 학생을 뽑으려다 보니 4년제 대학 출신 비율이 높아지는 것이지 전문대나 지방대 출신을 홀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편입학도 대입처럼 보다 다양한 배경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을 뽑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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