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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99년 설립 이래 비상장 친족경영 체제를 고집해온 일본 주류 업체 산토리홀딩스가 창업 116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산토리홀딩스는 일본 내 비상장 기업으로는 최대 수준으로 상장규모는 3조엔(약 28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산토리홀딩스가 이르면 오는 2018년 상장하기로 방향을 잡고 복수의 금융기관들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고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산토리홀딩스는 산토리의 지주회사로 창업주 가문인 도리이·사지 의 자산관리회사인 고토부키부동산이 89%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최초의 위스키 제조업체이기도 한 산토리 창업주 일가는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양조사업에는 안정적인 대주주가 필요하다는 경영철학하에 100년 이상 비상장 경영을 고수해왔다. 그룹에서는 2013년 상장한 청량음료 자회사 산토리식품인터내셔널이 유일한 상장사다.
이 같은 오랜 고집을 버리고 그룹의 모체인 산토리홀딩스가 상장을 검토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미국 위스키 업체 '빔'을 1조6,500억엔에 인수하면서 크게 늘어난 부채를 해소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경영자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산토리는 2009년 뉴질랜드 음료 업체인 풀코어, 2013년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음료 사업, 지난해 빔에 이르기까지 수년 동안 대규모 해외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빔 인수로 산토리는 세계 3위 증류주 업체로 도약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매출액 2조4,552억엔을 기록하며 일본 최대 식품업체로 등극했지만 1조8,000억엔으로 불어난 부채 부담 또한 안게 됐다. 이에 따라 상장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재무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는 것이 회사 측의 노림수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회사 측은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2020년 4조엔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상장 이후에도 창업주 일가는 경영권을 계속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창업주 일가가 고토부키부동산의 출자지분 50% 이상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의결권을 갖지 않는 주식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토리홀딩스는 연내 상장계획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산토리는 1899년 창업주인 도리이 신지로가 일본산 와인 제조를 위해 창업한 도리이상점에서 출발해 1923년부터 일본산 위스키 제조를 시작했다. 창업주의 차남이면서 외가에 입양된 2대 사지 게이조가 회사명을 고토부키야에서 산토리로 개명했으며 이후 도리이·사지 가문이 번갈아 경영을 이끌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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