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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로켓 따라 하늘 나는 것 같아요"

항공우주연구원, 이천 나래초등학교서 올 첫 '과학놀이' 행사<br>학생들 로켓 조립·발사하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꿈 키워<br>우주 탐사·쓰레기 수업 땐 진지한 자세로 눈·귀 집중<br>항우연 "산간·벽지 학생에 과학교육 혜택 계속 줄 것"

나래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날개를 붙이고 꾸민 로켓이 잘 발사되기를 바라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해동(오른쪽)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가 나래초 아이들에게 우주쓰레기가 뭔지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로켓이 올라가니까 마치 제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권정오군 나래초등학교 4학년)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과학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산간ㆍ벽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과학자와 함께 하는 재미 있는 과학놀이'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의 소감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나래초등학교에서 올해 처음 진행한 과학놀이 행사에는 이 학교 학생 54명이 참여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채웠다.

항우연의 과학놀이 행사는 산간ㆍ벽지나 섬 지역의 학교에 과학자들이 직접 찾아가 과학 강연과 과학놀이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산간ㆍ벽지의 학생들은 지리적ㆍ문화적으로 과학교육의 기회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번 나래초등학교만 해도 이천시내와 장호원을 오가는 버스기사도 잘 모르는 작은 학교여서 이 같은 과학교육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항우연 관계자는 "과학놀이를 통해 과학교육 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더 많이 갖게 되기를 바란다"며 "항우연 내에 지적자산을 기부하기 위해 30여명의 연구자가 모여 활동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재능기부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과학로켓 날리기였다. 아이들은 길이 58㎝, 무게 38g의 모형 로켓에 날개를 달고 자신의 이름을 써넣는 등 로켓 날리기 실험에 적극 참여했다. 5학년 최성훈군은 "로켓을 처음 만들어 보는데 진짜 재미 있다"며 스티커로 로켓을 장식했다. 조립 후 항우연 관계자와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약 1시간 동안 발사대를 설치하고 로켓을 발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진행자 두 명이 로켓 12개의 스위치에 발사 장치를 연결한 뒤 제작에 참여한 학생들이 스위치를 눌러 자신의 로켓을 발사시키는 방식이다.

첫 번째 로켓은 아쉽게도 불발. '피직'하며 연기를 내며 떨어진 로켓을 본 아이들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지만 정작 로켓의 주인은 울상이 됐다. 두 번째 로켓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하늘로 100m가량 수직 상승했다.

한상진 나래초 교감은 "평소 말썽꾸러기들인데도 오늘은 지시에 잘 따라주는 편"이라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를 지켜보던 항우연의 김해동 박사도 "아이들이 이렇게 로켓을 발사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연구실에 있을 때보다 오늘이 더 즐겁다"고 기뻐했다.

이번 행사를 신청한 것은 이 학교 이동문(물리전공) 교사다. 이 교사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 전도사인 '과학기술 앰배서더'의 유일한 초등학교 교사다. 특히 그는 2008년 야학에서 과학실험교육을 했던 공로를 인정받아 과학문화인상을 받았을 만큼 과학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 이 교사는 "대도시와 달리 과학문화에 접근하기 힘든 곳일수록 학생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공교육이 도와줘야 한다"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학생 중 한 명이라도 과학 분야 진출을 진로로 결정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켓 발사에 앞서 김 박사는 '우주탐사와 우주 쓰레기'를 주제로 40분간 수업을 진행했다.

"지금 오전11시가 조금 넘었으니까 아리랑 2호가 우리 머리 위에 있을 수도 있겠네요. 오전9시30분에서 정오 사이에 두 번 우리나라를 지나가거든요. 아리랑 2호는 초속 7.5㎞의 속도로 제주도부터 신의주까지 단 2분 만에 질주합니다."



김 박사의 설명에 눈과 귀를 집중한 학생들은 축구공이나 콜라 캔 크기의 인공위성부터 길이가 10~20m에 달하는 인공위성까지 있다는 말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나사의 달 기지 건설과 화성 탐사 로봇에 대한 영상이 방영됐다. 영상을 보는 중간중간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달에 갔다 다시 어떻게 지구로 오느냐는 학생의 질문에 "다행히 달은 지구보다 중력이 가벼워 더 적은 힘을 들여도 나올 수 있다"고 김 박사는 답했다.

우주 쓰레기와 관련해 김 박사는 "버려진 인공위성이나 사람이 우주 정거장에서 실험이나 작업을 하다 놓친 물건인 우주쓰레기가 많아지면 나중에 우주 여행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우주쓰레기로 분류되는 우주 파편은 속도가 초속 7.5~8㎞로 매우 빠르기 때문에 모래알만한 조각과 부딪혀도 사람이 죽을 수 있고 축구공 크기의 파편일 경우 자동차만한 인공위성을 파괴할 만큼 위험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우주 파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에서 레이저를 쏴 없애거나 인공위성이 파편에 부딪히지 않도록 궤도를 중간중간 바꿔주는 기술, 오래된 인공위성을 다시 가지고 돌아오는 '청소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등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강연 후 김 박사는 "어떤 과학 영재반보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질문 수준도 높다"고 즐거워했으며 5학년 박소원양은 "만나기 힘든 과학자가 직접 학교로 와 보게 되니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박사는 '로보트 태권V' 장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어렸을 때 본 만화 속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처럼 학생들 중에서도 과학자가 꿈이라면 반드시 이루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끝으로 30년 후 세상을 이야기해보자는 김 박사의 주문에 54명의 54개 미래가 펼쳐졌다.

"로봇이 요리하고 엄마는 요리 안 해도 될 거예요."

"우주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게 우주에 공기를 퍼뜨려요."

"달까지 가는 엘리베이터가 발명될지도 몰라요."

항우연은 나래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산간ㆍ벽지 학생을 찾아가는 과학놀이 행사를 올해 총 15회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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