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지는 데 두려움이요? (어우)많았죠. 마지막 장면에 반전된 모습이 있어서 선택했지, 끝까지 그런 모습을 가지고 가는 캐릭터였다면 아마…."(웃음)
D라인 뱃살, 떡 진 단발머리, 덥수룩한 수염, 언제 빨았을지 모를 셔츠, 바지를 집어 삼킨 등산 양말, 그야말로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당신이다. 그런데 아뿔사. 이 남자가 변했다. 자나 깨나 범인 검거 생각뿐인 강력계 형사가 '패션 모델이 되어 런웨이에 잠입하라'는 특급 미션을 받고 모델 뺨 치는 근사한 남자로 금세 옷을 갈아입는다. 배우 강지환(35·사진)은'7급 공무원'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를 위해 코믹 영화'차형사'의 강력계 형사 차철수를 선택했다.
"약 1개월간 D라인 만들기에 열중하기 위해 하루 6끼 식사도 마다 하지 않았고, 늘어난 체중을 다시 줄이기 위해 닭 가슴살만 구토가 나올 정도로 먹었다"는 강지환은 만나자 마자 캐릭터 구축을 위해 기꺼이 감내해야 했던 지난날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덕분에 그는 실제인지 연기인지 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철수라는 영화 속 캐릭터와 완전한 합을 이뤄냈다.
"살을 찌우고 몸이 무거워 지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동작이 묻어 나오더라고요."
물론 외적인 변화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평소 캐릭터를 살짝 틀어보고 바꿔보는 작업을 즐긴다"는 그는 코믹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감독의 디렉션에 의지하기보다 스스로 구상하는 작업을 많이 가졌단다.
"대본에 있는 대사를 가지고 그대로 웃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대안을 생각했죠. 코미디는 순간의 호흡이 중요하잖아요.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제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강지환이 마음껏 차철수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던 건 '7급 공무원' 이후 다시 손을 맞잡은 신태라 감독과의 호흡도 한 몫 했다.
"감독님은 조련사 역할이 뛰어난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끄집어내서 열중하게 만들어 주세요. 강요하면 자칫 엇나갈 수도 있는 부분인데, 감독은 늘 배우를 신뢰하고 스스로 (캐릭터에 대해)준비해 오게끔 하세요."
강지환은 신태라 감독을 자신에게 있어'팀 버튼'같은 존재라 칭했다. 신 감독이 자신을 '한국의 조니 뎁'이라 평해준 것에 대한 답례란다.
"조니뎁은 캐릭터 극대화 능력이 탁월한 배우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번 작품 역시 결국 차철수라는 캐릭터 싸움인데, 그걸 알맞게 끄집어내 주셨으니 감사할 따름이죠."(웃음)
신태라(감독)와 강지환의 두 번째 만남. 거기다 같은 코미디 장르다. 전작(前作)과의 비교가 알게 모르게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 '7급 공무원'은 탄탄한 스토리라인(개요)과 대화로서 웃기는 고급형 코미디라면 '차형사'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 같은 코미디라 할 수 있죠. '차형사'는 순간 순간 씬(scene) 별로 담긴 코미디적 요소에 같이 웃고 즐겨줬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남을 화나게 하는 건 쉬워도 웃게 만드는 건 여간 힘든 게 아님을 몸소 느꼈다"는 강지환은 "힘들었던 만큼 그간 해 왔던 캐릭터(배역)를 펼쳐봤을 때 가장 인상에 남는 건 차철수 캐릭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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