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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2월 16일] 월가 CEO의 백악관 불참 해프닝

지난 1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월가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의 백악관 간담회에서 뜻하지 않은 사단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한국이라면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불상사였다. 이날 백악관에 초청된 월가 CEO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ㆍ씨티그룹 경영진은 제시간에 백악관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회의에 불참했다. 미국 동부 일원의 짙은 안개 때문에 비행이 지연되자 화상회의로 간담회 참석을 가름한 것. 씨티그룹은 좀 심했다. 공적자금 상환 문제로 비크람 판디트 CEO는 아예 참석하지 못한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는데 그나마 대리 참석자였던 리처드 파슨스 회장조차도 백악관에 당도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씨티그룹은 이날 재무부와 협의를 끝내고 200억달러의 공적자금 상환 계획을 발표했다. 월가 은행에 대한 '엎드려 뻗쳐'성격이 짙은 백악관 간담회에 연말 보너스 잔치로 여론의 표적이 된 골드만삭스 CEO가 불참하고 재무부가 34%의 지분을 가진 씨티그룹은 CEO는 물론 대리 참석자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았으니 행사를 마련한 백악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기상 문제로 행사를 불참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씨티그룹 입장에서는 공적자금 상환이 더 급할 수 있는 사안이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렸던 3명의 경영진은 누구보다 더 애가 탔을 것이다. 그러나 백악관 간담회에 존 스텀프 CEO가 참석한 웰스파고는 이날 밤 250억달러의 공적자금 상환계획을 발표해 씨티그룹과 대조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처럼 뉴욕에 본사를 둔 JP모건의 제임스 다이먼 CEO 역시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들의 불참 경위만 전달한 채 토를 달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네티즌들은 "(과거처럼) 전용 비용기를 이용했다면 참석했을까"라며 꼬집기도 하고 "이런 행사를 왜 하냐"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백악관의 환대는 없었다. 월가 CEO들은 금융개혁 법안에 대해 저항하지 말라는 질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대통령의 초청에 명분 없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고 여론의 눈총까지 받는 상황이라 응대는 했겠지만 월가 경영진이야 썩 내키는 행사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해프닝으로 일단락은 됐지만 3명의 CEO 행사 불참은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월가를 구제한 백악관은 체면을 구겼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듣는 말과 (월가가 고용한) 로비스트가 의회에서 하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지적했듯 로비를 중단시킬 실익도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빈약한 재정 탓에 대마불사 은행에 모두 공적자금 상환을 허용해 이들을 움직일 지렛대마저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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