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멘털의 게임이라고 한다. 마음가짐이 골프 스코어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재미교포 앤서니 김(25)은 최소 6타 이상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앤서니 김은 8일(이하 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 PGA내셔널리조트 챔피언코스(파70ㆍ7,158야드)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4개 대회 출전 만에 처음 '톱10'에 입상한 앤서니 김은 지난해 1월 열린 시즌 개막전 메르세데스챔피언십 공동2위 이후 26개월 만에 최고의 성적을 내며 부활을 예고했다. 성적보다 과정이 더 좋았다. 2라운드에서 공동 선두로 올라선 그는 3라운드에서 3타를 잃고 공동6위로 미끄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종일 무너지고는 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3타를 줄이며 단독 2위로 치고 올라왔다. 원동력은 마음 다스리기였다. 경기 후 앤서니 김은 "3라운드를 마치고 골프백 속에 있는 모든 클럽을 부러뜨리고 싶었다"고 털어놓으며 "하지만 클럽을 바꾸지 않는 대신 마음가짐을 바꿨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부상과 부정적인 생각, 연습 부족 같은 핑계를 댔는데 올해는 골프에 대한 의지가 되살아났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유망한 20대 선수로 꼽혀온 앤서니 김은 지난 2008년 2승을 올린 뒤 지난해를 우승 없이 보냈다. '차세대 황제급' 기량과 화끈한 경기 스타일로 기대를 모았지만 기복이 심했다. 멘털 때문이었다. 지난해 자신도 "내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은 닮은 점이 많다. 잘 나가다가도 갑자기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이날 선두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에 6타 뒤진 공동6위로 출발한 앤서니 김은 추격에 나섰지만 흔들림 없는 경기를 펼친 비예가스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전반에 2타를 줄인 뒤 13번과 14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 4타차까지 좁혔으나 17번홀(파3)에서 1타를 잃었다. 결국 최종합계 8언더파 272타로 마치면서 비예가스(13언더파)에 5타를 뒤졌다. 역시 20대 기수로 평가 받는 비예가스는 2008년 2승을 포함, 통산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우승상금은 100만8,000달러. 비예가스는 한국 샤프트 전문 브랜드 MFS사의 '오직(Ozik)' 샤프트가 장착된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위창수(38)는 8위(3언더파)에 올라 올 시즌 처음으로 10위 이내에 드는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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