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동십자각] 문화계 '호사다마'

2007년 문화계는 미술계를 필두로 전체적으로 호황기조였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세 배 이상 성장해 매출이 4,000억원에 육박하면서 미술시장이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또한 사회적 시류를 타고 연말 흔들림은 있으나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시장도 매출 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체적으로는 지난해보다 두 배 성장하는 등 문화 산업의 파이는 커졌다. 미술계는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를 비롯해 김환기ㆍ천경자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의 인기에 이어 안성하ㆍ최소영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갈 곳 잃은 시중 자금이 미술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600억원 규모의 뮤지컬 펀드가 조성되는 등 사상 최대의 자금이 몰린 뮤지컬 업계의 경우 브로드웨이로 진출한 비언어극 ‘점프’가 창작공연 최초로 1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고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창작 뮤지컬도 까다로운 우리 관객의 입맛을 맞추며 히트를 치고 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문화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에 비례라도 하듯 메가톤급 사건도 줄을 이은 한 해였다.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로 번졌던 ‘신정아 파문’을 시작으로 문화계 유명 인사들의 잇단 허위학력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삼성 일가가 비자금으로 고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사면서 문화계는 곱지않은 시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삼성의 비자금 파문으로 모처럼 훈풍을 맞이한 시장에 찬바람이 일지 않을까 하는 문화계 일각의 걱정이 있다. 미술계 한 인사는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걸작인 '행복한 눈물'이 국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부(國富)가 커진 것 아니냐”면서 “대기업에서 이런 고가의 작품을 사야지 누가 사겠냐”며 되레 반문한다. 맞는 말이다. 미국과 영국 등 우리가 따라가고 싶어하는 문화 선진국은 대기업의 후원으로 문화계가 운영된다고 할 정도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활발하다. 세계 현대미술을 이끄는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는 유럽의 금융그룹 UBS의 후원이 없었다면 운영이 힘들었을 테고 독일 자동차 회사 아우디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여름 페스티벌’을 후원하지 않았다면 많은 클래식 애호가들은 감동의 축제를 즐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축제의 자금이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면 그 잔치의 뒤끝은 씁쓸할 것이다. ‘기업은 2류, 정치는 4류’ ‘보잉 747론’ ‘메기론’ 등으로 사회에 무게 있는 메시지를 전하며 기업을 넘어 국가 혁신까지 주도하려 했던 세계적인 기업이 몰래 만들어둔 ‘쌈짓돈’으로 고가의 작품을 샀다는 내부고발에 직면해 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혁신을 말했으나 정작 자신들은 바뀌지 않고 세상만 바꾸려 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될지 모를 한 재벌 일가를 국민들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