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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며 비행기를 돌려세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지난번 국토교통부 조사에 이어 두 번째다.
조 전 부사장은 17일 오후1시50분께 서울 서부지검 청사에 도착한 후 시종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떨군 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는 말만 3~4차례 반복하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국민에게 한마디 해달라' '사과가 왜 이리 늦었느냐' '한 말씀 해달라'는 요구에 "죄송합니다"라는 대답만 반복했고 '승무원 폭행을 인정하느냐' '욕설을 했다거나 어깨를 밀쳤다는 것을 인정하느냐' 등 다른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 전 부사장은 손에 든 검은색 핸드백을 꼭 붙잡고 있었고 허리를 반쯤 숙인 탓에 머리카락은 얼굴을 거의 가렸다. 고개를 숙인 코끝에는 눈물 한 방울이 맺혔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근수 부장검사)는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항공보안법 위반 여부와 증거인멸교사,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에 대해 강도 높게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 JFK공항에서 대한항공 KE086 여객기 일등석에서 벌어진 상황과 활주로로 향하던 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린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승무원이 땅콩 제품을 포장을 벗기지 않고 승객에게 줬다며 승무원과 박창진 사무장을 크게 질책하고 이륙을 준비하던 항공기를 돌려세워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해 운항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임원을 시켜 사무장 등에게 거짓진술을 하라고 회유했는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사무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직원으로부터 거짓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 전 부사장이 거짓진술을 교사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 조사를 마친 뒤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 적용 혐의와 처벌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법조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항공보안법 제23조 적용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23조는 폭언 등 소란을 피워 항공기와 승객 안전 운항을 방해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23조를 적용하면 벌금형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핵심은 회사 경영진이 위력으로 기장의 권한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항공보안법 42조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42조를 적용하면 최대 징역 10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테러 행위 등이 아닌 경영진의 지시로 비행기를 돌려세운 행위를 사법 처리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검찰은 42조 적용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활주로를 향하던 항공기를 '운항 중'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을지도 고민되는 부분이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항공보안법 위반뿐 아니라 증거인멸 부분에 대한 혐의 입증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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