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8일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함으로써 통화정책을 긴축기조에서 완화기조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미국경기의 악화를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 추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버냉키 의장의 통화고삐는 더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FRB의 금리인하는 최근의 금융시장 동요가 자칫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미국경제의 경착륙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주택시장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이것이 소비침체, 나아가 미 경제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FRB는 금리 0.5%포인트 인하와 더불어 재할인율까지 0.5%포인트 인하했다. 통화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충격요법인 셈이다. FRB는 성명서에서 “신용경색이 주택경기의 조정을 가속화하고 경제성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결정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고 완만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FRB가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데 대한 배경 설명이자 무분별한 투자자를 구제한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비난을 의식한 해명이기도 하다. FRB의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하강의 압력이 지속되고 금융시장의 경색도 일시에 풀리기가 어렵기 때문에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전문가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금융시장 전개 상황이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는 대목을 주목하면서 이를 추가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여지를 담겨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난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잘못된 판단을 시인한 것으로 앞으로 경제지표를 지켜보며 또다시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2회 정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 경제분석기관인 인사이트이코노미스트의 스티븐 우드 이코노미스트는 “공격적인 금리인하는 FRB가 경제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는 듯하다”며 “연말과 내년 초 추가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0.5%포인트 인하는 그만큼 미국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라는 시각이다. 짐 글래스먼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주택경기 하락과 신용경색의 추가적인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여러 번의 금리인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금리인하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확대될 경우 FRB의 금리인하 여지는 줄어든다. FRB는 이점도 성명서에서 요약했다. 성명서는 “경제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며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FOMC는 올해에는 오는 10월과 12월 두 차례 남겨두고 있다. 금융시장은 FRB의 공격적 대응을 반겼다. 이날 뉴욕증시는 전형적인 페드랠리(Fed rallyㆍFRB의 금리결정에 따른 증시상승현상)를 연출했다. 존 프라빈 프루덴셜 인터내셔널 인베스먼트의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그 동안 경기침체 위험을 우려해왔으나 이번의 공격적 조치로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희석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FRB가 시장의 압력에 굴복해 잘못된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 모럴해저드를 오히려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체질을 약화시킨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번에 금리와 재할인율을 대폭 인하함으로써 시장의 요구에는 기대 이상으로 부응했는지 모르지만 잘못된 투자로 인한 손실을 보상하지 않겠다던 자신의 주장을 사실상 굽혀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였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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