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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육상 100m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까.
박태환(25·인천시청)이 수영 불모지인 한국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챔피언에 오른 것처럼 육상에서도 스타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외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 김국영(23·안양시청) 덕분이다.
김국영은 27일 오후6시55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100m 예선에 출전한다. 예선을 통과하면 28일 오후7시15분 남자 100m 준결승을 치르고 결선에 오르면 오후9시30분 금메달을 두고 레이스를 펼치게 된다.
김국영이 메달을 따면 한국 선수로는 32년 만에 아시안게임 육상 100m에서 시상대에 오르는 선수가 된다. 한국은 지난 1978년 서말구가 동메달, 1982년 장재근이 은메달을 딴 이후 아직까지 노메달에 그치고 있다. 특히 200m에서는 장재근이 1986년 서울대회에서 챔피언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100m에서는 아직 금메달리스트가 없어 의미가 더욱 값지다.
김국영은 100m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2010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10초23의 기록으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1979년 서말구가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세운 한국기록(10초34)을 무려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올 시즌에도 10초24의 기록을 내며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연습에서는 10초1의 기록이 나올 정도로 몸 상태가 좋다. 김국영은 "10초2를 기록하면 메달이 가능하고 10초1에 진입하면 금메달도 바라볼 수 있다"며 "다른 선수들과 기록차이가 크지 않아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100m에서는 수월치 않은 경쟁이 예상된다. 중국과 중동 선수들이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2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10초대 초반의 기록을 내는 장페이멍(10초00)과 쑤빙텐(10초01)을 앞세워 금메달을 노린다. 카타르 등 중동 역시 아프리카 출신의 철각들을 앞세워 우승을 노린다. 현재 아시아 100m기록(9초99) 역시 2007년 나이지리아 출신의 사무엘 프란시스가 카타르 국적으로 레이스를 펼친 뒤 세웠다. 다만 일본의 에이스인 기류 요시히데(10초01)는 허벅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는 것이 김국영에게는 호재이다.
오는 29일 예선전이 열리는 남자 400m 계주도 금메달이 기대된다. 김국영과 함께 오경수(27·파주시청)·조규원(23·울산시청)·여호수아(27·인천시청)가 팀을 이룬 한국은 올해에만 2차례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들은 7월 한중일 친선대회에서 38초74의 기록을 합작했다. 이 기록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중국이 작성한 아시안게임 기록(38초78)을 뛰어넘는 성적이어서 이대로만 나온다면 금메달이 가능하다.
남자 100m와 4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육상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 육상에는 수영(경영·다이빙·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수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4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우리 육상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금 3, 은 5, 동 10개를 목표로 내걸었다. 역대 원정대회 최고 성적을 냈던 2010년 광저우 대회(금4, 은3, 동3)에 뒤지는 성적이지만 메달 개수는 더 많다.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최근 선수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 육상의 희망을 봤다"면서 "국민들에게 '뭔가 되겠다'는 희망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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