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회 전반에 거품 만연 '팬플레이션' 현상 심화

음료·옷 사이즈부터 호텔·학점·직급까지…<br>호칭만 바꿔 눈속임… 물가상승·비만 조장 등 사회문제 야기 우려



사회 전반에 거품 만연 '팬플레이션' 현상 심화
음료·옷 사이즈부터 호텔·학점·직급까지…호칭만 바꿔 눈속임… 물가상승·비만 조장 등 사회문제 야기 우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co.kr
























'스타벅스의 커피 사이즈는 왜 톨(소), 그란데(중), 벤티(대)밖에 없을까.'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메뉴판에 적힌 음료 사이즈에 대해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물론 스타벅스에도 '톨'보다 작은 크기인 '쇼트'가 있다. 다만 메뉴판에만 없을 뿐이다. 이는 스타벅스가 애초에 쇼트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았던 고객들이 아무 생각 없이 톨을 고르게 만드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의 매출을 늘겠지만 톨의 가치는 쇼트의 자리로 떨어지게 된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스타벅스의 커피 사이즈와 같이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풀리기 현상으로 인해 가치가 떨어지는 '팬플레이션(panflation)'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예가 여성 옷 '사이즈 인플레이션'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허리 둘레가 14사이즈인 영국 여성용 바지의 경우 지난 1970년대에 비해 평균적으로 4사이즈가 커졌다. 즉 현재 14사이즈인 여성용 바지는 1970년대의 18사이즈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현상이 영국은 물론 미국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여성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해 판매를 늘리고자 하는 의류 회사의 의도가 숨어 있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이즈 인플레이션이 사람들에게 과다체중에 대한 경각심을 없애 건강을 해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 4명 중 3명, 영국 성인 5명 중 3명이 과체중이다.

호텔 등 여행산업에서도 '등급 인플레이션'이 만연해 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최고급 호텔의 기준은 별 5개였다. 하지만 최근 신생 최고급 호텔들이 마케팅을 위해 너도나도 자칭 6성급이나 7성급 등급을 부여하는 바람에 5성급 호텔은 그저 그런 호텔이 되고 말았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위치한 부르즈알아랍과 아부다비에 위치한 에미리츠팰리스호텔이 자칭 7성급 호텔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호텔의 등급은 공식적으로 5성급까지 분류된다.



호텔 객실 등급도 마찬가지다. 최근 기본형인 '스탠더드 룸'은 자취를 감췄으며 그보다 한 단계 높은 등급인 '디럭스 룸'이 스탠더드 룸을 대신하고 있다.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이션도 전세계적으로 보편화된 문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전체 영국 대학생들 가운데 A학점을 받는 비중이 25년 전의 9%에서 최근에는 27%로 뛰어올랐다. 영국 더럼대 연구팀은 현재 A학점인 학생들은 1980년대의 C학점과 같은 수준이라며 오히려 학생들이 더 멍청해졌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는 대학생은 1960년대의 경우 15%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45%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학점 인플레이션은 학생들의 기분만 좋게 만들 뿐 똑똑한 학생들의 가치를 깎아 내리고 있고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찾아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내 직급 인플레이션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를테면 안내원을 '첫인상 관리자'로, 검표원을 '최고매출 보호책임자'로 부르는 식이다. 이는 고용시장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불합리한 임금인상을 야기해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번 튜브에서 짜낸 치약을 다시 넣을 수 없듯이 일반적인 통화ㆍ재정정책으로는 팬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한다"며 "사회 전반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플레이션의 군살을 없애기 위해 싸워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