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비율(전세가율)이 5년여 만에 5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같은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에도 오히려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욕구는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일명 만능통장) 가입자가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등 청약시장에서 수요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청약통장의 인기도 급격히 식고 있다. 23일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수도권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0.1%를 기록해 2006년 5월 이후 5년2개월 만에 집값의 절반을 돌파했다. 수도권 전세가율은 2006년 5월 50.1%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면서 2009년 1월 39.8%까지 떨어졌다. 지역별 아파트 전세가율은 경기도 52.1%, 인천 48.4%, 서울 48% 등이었다 서울에서는 한강 이북 14개 구의 아파트 전세가율이 50.4%로 2006년12월 이후 4년7개월 만에 50%를 넘었으며 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 전세가율도 46%로 2003년 9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가파른 전세가격 오름세와는 달리 매매가격은 시장침체로 물가상승률보다도 못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1~7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6%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전세가격은 무려 7.8%가 올랐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부의 8ㆍ18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 당분간은 매매가는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세가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중장기 내 집 마련 수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어 주택시장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009년 5월 상품 출시 이후 2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7월 말 현재 가입자 수는 1,101만3,597명으로 6월의 1,103만5,711명에 비해 2만2,000여명 줄었다. 또 청약저축과 예ㆍ부금을 포함한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1,491만1,814명을 기록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청약통장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은 기존 주택거래시장 침체로 새 아파트의 가격 상승 여지가 크지 않고 최근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하려는 수요자들도 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상태에서 매매ㆍ청약시장이 동반 침체할 경우 집주인들이 수익 보전을 위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이에 따른 주거비용 상승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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