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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예술교육가 김지민의 ‘예술과 밥’](1)배고픈 예술가들이여 살기 위한 탈출구를 만들어라

예술을 통해, 예술에 의해, 예술로써 행복한 삶


집, 학교, 도서관 반복되는 고등학교 시절의 일상. 내 유일한 탈출구는 연극뿐이었다. 우연히 보게 된 연극 ‘동백꽃’. 교과서가 아닌 눈과 귀와 온 몸으로 느껴지는 감동. 그때 본 그 연극 한 편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다.

102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2004년 2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수시 입학을 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배우가 될 거라는 꿈을 갖고 있진 않았던 것 같다. 몸을 움직여 표현하고, 무엇인가를 상상해서 창작하며 배운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책과 고군분투(孤軍奮鬪)를 벌이며 교수의 주입식 수업을 듣는 수동적 학생들보다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배울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특혜를 받은 것 같았다. 나는 항상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연기에 재능이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 덕에 나는 지금 배고픔에 허덕이며 순수 예술가만을 꿈꾸며 살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예술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켜줄 것임을 안다. 그래서 나는 기량위주의 전문성을 기르는 예술교육이 아닌 미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심미적 예술교육(Aesthetic Arts Education) 전도사를 꿈꿔왔다.

연극영화 교직을 이수하고, 타 교과와 연극을 연계 해보고 싶어 사범대학 국어교육을 복수전공을 하였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전문성을 쌓는 사범대. 교사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친구들. 학기마다 올리는 공연연습, 교직수업, 전공수업, 복수전공까지. 몸과 머리는 정말 힘들었지만 예술교육에 대한 사고 확산의 계기와 교사로써의 자질을 많이 배운 듯 하다. 그 친구들도 나로 인해 예술교과와 본인들의 전공 연계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꿈이 확고했기에 졸업 후 바로 교사가 될 수 있었고, 서울문화재단 전문예술교육가 양성과정을 통해 통합예술교육 전문예술교육가라는 내 꿈을 더 넓게 펼쳐나갈 수 있었다. 또한 TA(Teaching Artist)대표로 뉴욕 링컨센터 예술교육 워크샵에 참여함으로써 타국의 예술교육 현황을 몸소 체험 할 수 있었고, 작가의 창작과정을 따라가 보는 자체만으로도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었다. 전문예술교육가로 5년간 활동하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보람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고, 불안정한 직업임에도 나의 선택에 사명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예술을 통해, 예술에 의해, 예술로써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믿는 나에게 예술을 하며 ‘힘들다. 살기 싫다.’ 라는 말을 하는 전공자들을 만나면 극심한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최근 예술교육가로 나름 만족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터트려야 하는 발동이 걸렸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모른다. 그 시작임은 분명하다.

내 주위에는 사람이 많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안타까운건 아직도 순수 예술가를 꿈꾸며, 기다리고, 애태우고, 나이 먹어가며 배고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라는 것이다. 친구야 하나하나 말해주고 친절하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평소에 연락도 뜸하던 사람들이 연락이 와 ‘나 뭐 할 일 없어?’ ‘아무 알바나 좋아.. 나 좀 써줘’ 이런 말을 할 때면 당혹스럽고, 가슴이 먹먹하다. 학부 때 연기적으로, 연출적으로 누구나에게 인정받고 존경받던 사람들이 이제는 살기위해 떨어져 있는 빵가루라도 주워 먹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나에게 연락을 한다. 이 현실. 그들의 열정과 꿈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

그들은 배가 고프다. 참 애석하다.



그렇다. 예술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 예나 지금이나 ‘배고픔’이다. 이제는 돈 많은 집안 자제들이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예술이다. 일 년에 수 만명의 예술관련 전공자들이 졸업을 한다. 학부 때 인정받고 뭐라도 될 줄 알고 현실에 나오면 예술가는 그냥 자존심 있고, 고집 있는 백수일 뿐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순간 예술가들의 창작의 욕구, 자신감, 열정은 사그라든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고있으면 정말 속이 터지고 답답하다. 기회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내가 꿈꾸는 순수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더 창의적으로 살아갈 탈출구를 만들어라. 항상 내가 하는 말이다. 한국예술교육진흥원, 서울문화재단,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는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지원사업과 예술가들을 위한 재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서교예술실험센터, 금천예술공장, 신당창작아케이드, 연희문학창작촌, 문래예술공장, 성북예술창작센터, 관악어린이 놀이터, 홍은예술창작센터 등 예술가와 지역민과 공간을 이어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해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많다. 정부도 배고픈 예술가들에게 일자리를 주기위해 나름 애쓰고 있다. 순수예술가가 되길 갈망하면서 이것조차 모르고 있는 예술가들은 계속 손가락만 빨고 살아도 마땅하다. 노력하지 않으면 얻어질 수 있는 게 이 땅에 없다. 자신이 꿈꾸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치 없는 삶을 살고있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가가 되고 싶다면, 창작에 대한 욕구가 간절하다면 손가락을 안주삼아 매일 밤 술로 날을 지세우지 말고 예술창작지원 사업에 도전해봐라. 내가 이렇게 친절히 그들에게 사업에 대해 설명해줘도 눈만 멀뚱멀뚱 뜨고 한숨만 내쉰다. 그러고선 또 배고프다고 징징된다.

속이 터지지만 그들의 속은 더 타 들어갈 것이라는 걸 잘 안다. 학부 때 배운 것이 고작 선후배관계, 전문성 기르기, 창작활동 뿐이었으니. 그들의 귀엔 내가 하는 말이 먼 세계의 말로 들릴 것 이다. 예술행정과 예술기획에 관심을 갖거나 접할 기회가 없으니 이런 지원사업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은 핑계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예술가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사업과 예술가를 위한 재교육은 찾아보기만 한다면 무료로 얼마든지 수강할 수 있다. 예술가들이여 기회만을 기다린 자에게는 아무것도 오지 않는다.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탈출구로 가기위한 나만의 창의적 지도를 그려라. 그래야 예술가로 살아남을 수 있다. 예술가들이여 마음을 열고 창조적 마인드를 가져라. 다양한 시각을 갖고 어느 누구보다 뛰어난 창의성을 갖고 있는 예술가야 말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힘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탈출구 밖 세상에 보여줘라. 그것이 우리가 살 길이다.

/김지민 통합문화예술교육연구소 트리플에이 대표

전 예술교육연구소 넘나들이 책임연구원/ 서울문화재단 연극분야 전문예술교육가.

트리플에이[Tree Plus Arts]는 기업과의 메세나 협약을 통해 예술가에게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예술가가 만든 작품을 미적체험교육과 연계하여 문화예술 소외계층에게 공헌하는 통합문화예술교육단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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