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저녁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는 단출했다. 김윤 삼양사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단 세 명이 호텔로비를 지나자 회장단의 입장이 모두 끝났다. 초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전경련 회장 및 부회장을 제외하면 미리 입장한 신동빈 롯데 회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을 포함해 단 5명이 이날 참석한 회장단의 전부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십수명의 회장단이 회의에 참석했던 것과는 판이한 게 재계의 현주소다.
이날 회장단이 '전경련과 한국경제연구원 발전방향'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조직 개선방안은 전경련의 현 상황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겼다. 회원의 범위를 중견기업까지 넓히고 50대 그룹 총수가운데 회장단을 추가 영입한다는 것은 대기업 오너의 개인모임 성격이 짙은 전경련으로서는 한마디로 고육책이다.
전경련은 발전방향이라고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동양ㆍSTX 등 총수들이 잇따라 빠져나간 회장단을 추가한다는 점은 땜질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기대가 되는 부분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역할을 정책논리 개발로 특화하고 전경련은 사회환경 조성에 주력하겠다는 부분이다. 그동안 전경련은 밖으로는 '일부 재계의 입장만을 반영한다'는 비판을, 안으로는 '회원사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질책을 받는 샌드위치 신세를 숙명으로 알고 지내왔다.
이제 전경련과 한경연이 해야 할 일은 재계 입장과 사회전체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정책논리를 개발하고 이를 알리는 데 온 힘을 쏟는 것이다. 이렇게 나아갈 방향이 명확한데도 4월 전경련 발전위원회를 설립한 후 무려 7개월이나 세월을 허비했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
전경련 관계자는 어제 회장단 브리핑에서 "변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한 추가 개선방안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개선방안이 전경련 조직을 땜질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전경련은 1년 뒤, 2년 뒤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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