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기업들은 올해 경영 환경이 안팎으로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었다. 특히 기업들은 올해 글로벌 환율 전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한 자동차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환율 전쟁이 다시 발발할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는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기업들은 손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을 1,000원 수준으로 응답했는데 이 환율 지지선이 올해 1·4분기에 무너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환율 변동 리스크를 상쇄하기 위한 정부의 뒷받침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급격한 환율 변동성 속에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지속적으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내수 경기 활성화와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 경영진이 보는 국내외 경기 전망은 확실한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48.3%를 차지했다. 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응답도 45.0%에 달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 성장률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 48.3%를 차지했다. 반면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38.3%에 불과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환율 전쟁을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에 대한 질문에서 환율 전쟁이 23.9%를 기록했다. 그 뒤 중국 경제 경착륙이 21.2%로 환율과 중국 경제가 최대 복병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국내 경제의 불안 요인에서도 환율이 최우선 순위로 꼽혔다.
국내 경제 불안 요인으로 원화 강세가 23.5%로 1위를 기록했다. 소비 부진(20.0%), 투자 위축(13.9%) 등의 순이었다.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 10곳 중 8곳가량이 1,001~1,1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에 대해 79.7%가 이 구간대를 답한 것이다.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095원70전으로 원고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현재의 환율이 손익분기점에 다가섰다는 점이다. 손익분기점 환율 질문에서 900원은 7.7%, 950원은 13.5% 등으로 1,000원 이하가 21.2%에 불과했다. 1,000원대 이상이 78.8%에 달하고 있다. 특히 조선·전자·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손익분기점 환율이 1,000원대 이상이라고 답했다. 무역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대표 업종을 제외하고는 이미 원고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에는 원고에 따른 파장이 더욱 크게 미치지 않을까 잔뜩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의 회복 시기에 대해서도 올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해볼 수 있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올 상반기에 회복한다는 대답은 0%다. 올 하반기 회복 47.5%, 2015년 상반기 27.1%, 2015년 하반기 18.6%, 2016년 이후가 6.8% 등의 순이었다. 한마디로 10곳 중 5곳가량(52.5%)이 2015년 이후에나 우리 경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올해 자금 사정과 내수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올해 자금 사정이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이 62.7%를 기록했다. 내수 시장 규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것이라는 응답이 50.8%로 가장 높았다.
기업들은 정부가 올해 그 어느 때보다 경기 및 투자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것. 자동차업계 CEO는 "올해는 한국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중요한 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도약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이 마음 놓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정부 경제정책 초점에 대해 내수 활성화가 36.8%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뒤 투자 활성화(규제 완화)가 28.1%로 전체 응답 기업의 64.9%가 투자와 내수 활성화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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