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기업사냥꾼' 커크 커코리언(89)이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의 보유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이에 따라 GM은 앞으로 커코리언의 경영간섭에서는 벗어나게 됐다. 그러나 커코리언이 줄곧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을 요구해 왔다는 점에서 불투명한 실적전망부각으로 GM은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은 지난달 30일 커코리언이 자신이 보유한 GM 주식 2,800만주를 8억3,860만달러(주당 29.95달러)에 자신의 주거래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커코리안이 소유하고 있는 투자회사 트라신다는 이날 아침 GM 주식 1,400만주를 4억250만달러(주당 28.75달러)에 매각했다고 증권감독 당국에 신고했다. 커코리언은 지난달 24일에도 GM 주식 1,400만주를 4억6,200만주(주당 33달러)에 팔았다. 이로써 커코리언은 자신이 가진 9.9% 지분, 총 5,600만주를 2주일 만에 모두 처분했으며 완전히 GM에서 손을 떼게 됐다. 커코리언이 5,600만주 매각으로 챙긴 돈은 모두 17억달러(약 1조6,000억원)로 지난해 본격적으로 GM 주식매집에 나선 이후 2억달러 가까이 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커코리언의 이번에 보유주식을 매각하고 GM에서 물러난 것은 자신의 경영개선안이 GM 경영진에 의해 거부됐기 때문이다. 커코리언은 지난 6월 판매 부진에 허덕이는 GM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일본 닛산 및 프랑스 르노와의 3각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 릭 왜고너 회장과도 이 방안을 협의했으나 닛산-르노 측의 보상금 요구를 둘러싼 이견 때문에 최근 결렬됐다. 결국 GM의 독자생존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초 20달러 밑을 맴돌던 주가가 30달러 이상으로 올라선 때를 노려 발을 뺐다는 분석이다. 뉴욕증시에서 GM의 주가는 보름만에 17%가 급락하며 30일(현지시간) 29.23달러에 마감됐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자동차 애널리스트인 에프레임 레비는 "커코리언이 GM 경영진의 실행능력을 믿지 못하고 있다"며 GM 주식에 대한 등급을 '보유'에서 '매각'으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커코리언이 GM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우회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펀드평가사인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존 노박은 "커코리언이 또 다른 속임수를 썼을 수도 있다"며 커코리언이 매각한 GM 주식의 "매수자가 누구고 이들이 GM 이사회와 경영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