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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브레턴우즈 3.0시대] <하> 달러-위안화의 길고 불편한 동거

中 도전에 달러 패권 흔들리지만…"대혼란은 막자" 과도기 예고


中 내수 중심 성장으로 전환… 수입 늘리고 대미 수출 줄여

美 경상적자는 줄어들겠지만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 감소

中 위안화 국제화 가속 불구 무역적자 부작용 간과 못해

달러 아성 깨기 20~30년 걸릴 듯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과도한 연방정부 부채와 통화 팽창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 상승과 달러가치 급락을 초래해 자국의 외환보유액에서 달러자산의 가치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3월 중순 미 재무부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줄었다고 발표하자 미 의회조사국(CRS)이 내놓은 경고다. 1944년 출범한 브레턴우즈 체제가 미 경제와 달러화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에 의지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의 미국 국채 외면이 '달러 패권' 균열의 서막이라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시진핑 정부가 기존의 수출에서 내수 위주로 성장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할 경우 기축통화 다극화 시대를 촉발할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특정 분기점)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감소하면서 미국 국채 매입수요가 줄어들 경우 전 세계적인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가 흔들리고 단일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 위상이 타격을 입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계 드러낸 '트리핀의 딜레마'=미국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달러화의 세계 경제질서를 의미하는 '팍스 달러리엄'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의외로 연결고리는 취약하다. 미국은 다른 나라 상품을 경제적 능력보다 더 많이 소비한 뒤 무역적자의 형태로 기축통화인 달러화 유동성을 전 세계에 공급한다.



반면 다른 나라는 벌어들인 달러를 달러화 표시의 국채·주식 등에 투자해 미국으로 돌려보낸다. 문제는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갈수록 늘면서 달러화 가치가 추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반대로 달러화 방어를 위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일 경우 기축통화 유동성이 줄 수밖에 없다. 이른바 '트리핀의 딜레마'다.

게다가 미국의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달러화 신뢰도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슈퍼달러'가 귀환하고 있다지만 1985년의 고점에 도달하려면 60% 이상 더 폭등해야 한다. 올 1월 초당파적 기구인 미 의회예산국(CBO)은 "미 연방정부의 부채는 현재 18조달러에서 10년 뒤에는 8조8,000억달러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가들은 미국이 막대한 연방부채 부담을 지탱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서서히 줄이면서 '달러 리사이클링' 구조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2013년 11월 정점을 찍은 뒤 증가세가 완전히 멈췄고 올 1월에는 1조2,391억달러로 1년 전보다 365억달러 줄었다. 대신 중국은 벌어들인 달러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 위안화 국제화에 재활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의 미국 국채 보유 변동은 한국의 보유량이 조금만 줄어도 미 재무부가 즉시 이유를 물어올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구조개혁이 달러화에 최대 위협=중국 정부는 AIIB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의 경쟁기구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작업은 의도가 무엇이든 달러 기축통화 질서에 구멍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경제권) 정책을 통해 자국의 과잉설비 해소나 해외진출 확대는 물론 위안화 국제화까지 노리고 있다.

특히 중국이 앞으로 10년 뒤 세계의 내수시장으로 떠오를 경우 달러화 패권은 본격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수입 규모를 10조달러 이상, 대외투자를 5,000억달러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중국이 내수시장을 확대할 경우 미국의 대중 경상적자 규모가 감소하고 미국 기업은 엄청난 기회를 맞이하겠지만 달러화 유동성 공급 채널은 좁아지게 된다. 반면 중국의 대미 수출 의존도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물론 중국 경제 규모가 앞으로 5년쯤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달러화의 아성이 당장 위협받을 가능성은 낮다. 브레턴우즈 체제 출범도 1872년 미국의 경제 규모가 영국을 추월한 지 70여년이 지난 뒤였다. 중국 역시 위안화 국제화에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무역적자 등의 부작용을 무릅쓰면서까지 기축통화 지위를 노릴 이유가 없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투매하면 가격 추락으로 자국의 외환보유액 가치도 급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달러 지배 질서가 흔들리면 전 세계 경제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 이를테면 위안화 등이 복수 기축통화의 지위에 올라서는 '브레턴우즈 3.0' 시대의 개막은 시간 문제이지만 동시에 최소 20~30년이 소요되는 먼 미래의 일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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