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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몰린 키프로스, 유로존 탈퇴 1호 되나

"구제금융 받아도 예금자 부담 없다"<br>키프로스 의회 '플랜B' 합의에 트로이카, 유동성 지원 중단 엄포


"키프로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 결국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 (20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유럽중앙은행(ECB)이 다른 나라를 위해 키프로스를 (유로존에서) 놓아줄 준비를 하고 있다. 키프로스의 유로존 잔류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고 있다." (로이터)

키프로스가 1999년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출범 이래 최초로 단일통화체계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키프로스 의회가 유럽연합(EU) 등에서 제안한 구제금융안(100억유로 지급 대신 예금자에게 부담금 징수)을 부결한 후 예금자 부담금을 대폭 줄인 '플랜B'를 표결할 예정이지만 EUㆍ국제통화기금(IMF)ㆍECB 등 이른바 트로이카가 가부와 상관없이 반대의사를 밝힌 탓이다. 키프로스 은행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ECB는 유동성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연금기금을 국채로 전환해 42억유로를 조달하고 천연가스의 미래수익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최대 20억유로를 조달한다는 플랜B를 마련했다. 아울러 문제가 된 키프로스은행과 라이키은행의 부실자산은 배드뱅크로 보내고 건전한 자산은 러시아 VTB뱅크에 파는 것도 논의하고 있다. 아나스타시아디스 대통령은 이를 의회 지도부에 보냈고 21일 표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로이카는 표결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들을 인용해 "트로이카는 플랜B가 결국 또 다른 부채가 돼 국가부채를 더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로이카는 은행개편 방안에도 "누가 자산건전화 자금을 댈 것이냐"며 반대하고 있고 VTB 또한 20일 "매입계획이 없다"며 발을 뺀 상황이다.



이에 유력 외신을 중심으로 키프로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무제한 국채매입이 발동될 수 있으나 외부 감사와 대대적인 금융시장 개혁이 필요하므로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최악의 경우 유로존 탈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키프로스가 실제 유로존을 탈퇴한다면 유로존 탈퇴 1호로 기록되며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키프로스의 경제규모가 작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겠지만 그리스나 스페인 등이 키프로스 탈퇴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뒤따를 수 있다. 사상 첫 유로존 탈퇴라는 오명을 꺼리던 영국도 동참할 수 있다.

키프로스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이다. 현재 러시아를 방문 중인 미할리스 사르리스 재무장관은 러시아에 50억유로를 5년 동안 갚을 테니 빌려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며 25억유로의 만기상환 일정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FT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개발권을 받는 대가로 지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매장 장소와 매장량이 불명확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의 스카이뉴스도 "EU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와 EU 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21일 "중앙은행에 예치된 유로화의 비중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전체 지급준비금의 42%를 유로화로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네번째로 큰 규모다. 전날 메드베데프는 EU를 두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행동하고 있다(Bull in a china shop)"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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