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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경제위기논쟁의 虛實

정권 말기에 들어서면서 '경제위기' 논쟁이 뜨겁다. 우리 경제가 위기, 또는 머지않아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제기되자 참여정부는 '과장이며 호들갑'이라고 맞받아친다. 성장과 물가 국제수지와 같은 거시지표만 놓고 보면 참여정부의 주장이 맞는 것 같고 심각한 투자부진과 소비위축, 늘어나는 가계부채와 일자리 부족,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질주 등을 보면 위기론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참여정부의 주장이 아니라도 성장ㆍ물가ㆍ국제수지와 같은 거시지표만 본다면 위기론의 설득력은 떨어진다. 과거 두자릿수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일 때도 종종 위기론에 시달렸던 것을 감안하면 비관론이 한국인 특유의 높은 기대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우리 경제가 오래 전에 중저성장기에 들어섰는데도 여전히 과거 고도 성장기에 익숙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단면만 주장하는 감정적 설전 반면에 위기론자들의 화살은 정부정책에 맞춰진다.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휠씬 활기차게 돌아가고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데도 정책을 잘못 쓰는 탓에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는 주장이다. 얼마든지 기업들이 투자도 늘리고 일자리도 많이 창출할 수 있는데 정책이 잘못돼서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고 그 원인을 어디서 찾는가는 다분히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되므로 누가 옳고 그른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같은 위기논쟁과 비난은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있는지 몰라도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된다. 대립각을 세울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이 귀를 기울이고 해법을 찾는 열린 자세가 우리 경제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가령 성장률이 낮아서 위기라고 주장하는 위기론자라도 단기효과를 노린 경기부양책에 찬성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아무리 성장이 중요해도 인건비ㆍ집값 등이 덩달아 뛰는 인플레적 성장의 유혹에 빠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을 잃고 비틀거리는 데는 비효율적인 경제구조도 한몫을 하고 있다. 가령 기업ㆍ개인 가릴 것이 부동산투기와 같은 지대추구활동에 몰두하는 부동산본위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 정상적인 이윤추구 활동보다 지대추구 활동이 왕성한 나라치고 경제가 제대로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주택이나 땅투기로 얻는 불로소득이 많다면 지식ㆍ기술ㆍ노력을 통한 생산적인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국제경쟁력이 중요한 개방경제에서는 뒤틀린 교육제도와 그로 인한 한국특유의 사교육산업도 경제의 진을 빼기는 마찬가지다. 공교육을 능가할 정도로 비대해진 사교육산업은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일지 모르지만 국가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고 핸디캡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지적수준 향상에 기여한다는 증거가 없는 사교육산업에 막대한 인적ㆍ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고용면에서 선진국의 두배가 넘을 정도로 자영업의 비중이 높은 것도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인다. 서비스 부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통계상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지만 정작 금융ㆍ물류 등과 같은 중요한 서비스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이른바 글로벌 기준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높은 성장만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 수 있다. 한국병 고치는데 지혜 모아야 그렇다고 거시지표만 내세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그대로 먹혀드는 것 같지는 않다. 정책이 균형발전과 같이 과거와의 차별화에 집착한 나머지 문제해결을 시장원리보다는 규제성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경제활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당한 투자효과가 예상되는 수도권과 대기업 규제완화에 소극적인 것도 파이 키우기에 관심이 적은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질과 양을 동시에 보는 균형감각이 요구된다. 총체적 한국병을 고치는 것이 위기논쟁의 목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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