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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의 전설' 드러켄밀러 은퇴 선언


드러켄 밀러, “수익률 부진에 중압감 컸다”

“수익률 부진에 따른 심적 부담감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제 떠납니다”

헤지펀드업계의 전설적인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ㆍ57)가 지난 18일 자신의 회사인 뒤케인캐피탈 고객들에게 보낸 한 장짜리 편지를 통해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편지에서 “회사를 시작한 지 30년이 흘렀다”며 “많은 생각 끝에 고객들의 자금 운용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그 동안 회사가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긴 했지만, 지난 2008년과 2009년 수익률은 과거에 비해 부진했다”며 수익률 악화에 따른 심적 부담감이 컸음을 고백했다. 그는 120억 달러에 달하는 펀드 자금을 고객들에게 돌려주고, 펀드 운용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드러켄밀러는 1990년대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격하던 당시 소로스펀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이름을 떨쳤다. 소로스펀드를 떠난 후에는 뒤케인캐피탈에만 집중하며 지난 20년 동안 연평균 30%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헤지펀드업계가 최악의 한 해를 보내면서 평균 19%의 손실을 내는 가운데서도 11%의 수익을 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2009년 뒤케인캐피탈의 수익률은 업계 평균의 절반 수준인 10%에 그쳤다. 게다가 올 들어서는 현재 5% 정도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뒤케인캐피탈 수익률 부진의 원인으로 미국 국채 투자 전략 실패를 꼽았다. 뒤케인캐피탈의 국채 투자 규모가 아주 적었거나 반대 방향으로 베팅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운용 자산이 140억 달러에 달하는 무어캐피탈이 지난 5월 9.2%의 손실을 내며 20년 만에 최악의 한 달을 보냈는데, 무어캐피탈의 부진 역시 국채 투자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부진한 운용 수익률은 드러켄밀러 개인적인 입장에서 커다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연말까지 현재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헤지펀드 운용 경력 3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수익률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오점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규모가 나날이 커지는 것도 드러켄밀러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0년 전 소로스펀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던 이유가 막대한 펀드 규모 때문이었는데, 뒤케인캐피탈이 성장하면서 또다시 그런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드러켄밀러는 아쉬움과 부담감 속에 고객들에게 작별을 고하면서도“나는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내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금전적 보상보다 더 큰 기쁨이었다”고 은퇴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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