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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2월26일] <1329> 버큰헤이드호


영국 해군 수송함 버큰헤이드호. 1,918톤짜리 외륜증기선에 불과하지만 숭고한 인간정신의 상징으로 꼽히는 선박이다. 위험상황에서 여자와 어린아이부터 구출하는 전통의 시발점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852년 2월26일 아프리카 남단 해역에서 발생한 버큰헤이드호 침몰사건의 ‘알려진’ 개요는 이렇다. ‘암초에 걸려 침몰 직전의 혼란한 상황에서 병사들이 갑판으로 물러섰다. 승선인원이 제한된 구명보트에 여자와 어린아이를 먼저 태우기 위해서다. 보트에 옮겨 탄 군인 가족들은 부동자세를 유지한 채 바닷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남편과 아버지를 보며 울부짖었다.’ 가슴이 저미는 얘기지만 전후관계가 불투명한 구석이 있다. 승선인원 643명 가운데 193명이 살아 남았는데 ‘전원 구조됐다’는 여자와 어린아이를 합쳐도 20명. 나머지 생존자는 군인이었다. 사고가 새벽2시에 발생했기에 가족들이 보트에서 침몰 순간을 제대로 목격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사건이 널리 알려진 것도 발생 직후가 아니라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1859년)’과 키플링의 시 ‘버큰헤이드 드릴(1860년)’이 출간된 뒤다. 무게 3톤에 달하는 금화를 배에 적재했느냐도 논란거리다. 억측이기를 바라지만 병사들을 집합시킨 진짜 이유는 혼란을 틈탄 금화탈취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89년 해저에서 금화가 발견될 경우 양분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중요한 점은 무엇이 진실이든 고귀한 전통이 생겼다는 사실이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할 때도 사람들은 ‘버큰헤이드를 기억하라’는 귓속말을 나누며 여자와 어린아이를 먼저 구했다고 전해진다. 우리에게도 이런 전통이 접목됐으면 좋겠다. 경제가 어렵고 상황이 고약해도 중심을 잡고 약자를 위한다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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