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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대립·대의원 간선제 여전…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

조합원 외면 받는 '민노총 6기 위원장 선거'<br>특정후보 밀어주기 되풀이 직선제 유예로 관심 더 멀어져<br>범국민·현장파 대결로 압축속 후보 안낸 중앙파 표심 변수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물에서 열린 민주노총 제6기 임원선거 후보 합동유세에서 위원장 후보들이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6시50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에 위치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건물로 두터운 점퍼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14일부터 이어진 민주노총 6기 임원선거 후보자들의 마지막 전국 합동유세를 듣기 위해 모인 민노총 대의원들이다. 현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날씨가 추워 후보 연설을 들으러 올 조합원들이 많지 않을 것 같다"면서 "가뜩이나 이번 위원장 선거가 조합원들의 관심 밖에서 치러지고 있는 상황인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합동유세 장소인 본부 1층 강당에 들어가 보니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조합원의 예상이 그대로 적중했다. 예정된 시간이 10분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당 안의 자리는 많이 비어 있었다. 행사 진행을 위한 간부들과 후보자들을 제외한 일반 대의원들의 참석은 저조했다. 이번 현장유세는 조합원들이 민노총의 수장에 어떤 인물이 적합한지 직접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일반 조합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유세 장소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직선제 도입이 유예되고 정파 간 대립만 하니 일반 조합원들의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민노총 6기 지도부를 뽑는 임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약 80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조직의 수장을 뽑기 위한 선거전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다. 이수봉 민노총 대변인은 "예전 서울 지역의 유세 때와 비교하면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이라고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날 유세장을 찾은 인원은 어림잡아 80명을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일반 조합원들의 외면 속에 후보들 간 대결만이 존재하는 이번 임원 선거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꼬집었다. ◇정파 간 대립과 직선제 유예=이번 임원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게 된 배경에는 어김없이 불거진 정파 간 대립과 직선제 도입 유예가 자리잡고 있다. 8일 후보 등록 막판에 벌어졌던 혼선을 자세히 살펴보면 선거 때면 나타나는 민노총 내부의 정파 간 대립이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날 임성규 전 위원장은 당초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막판에 후보에 등록했다. 임 전 위원장은 정파 간 통합과 이를 바탕으로 한 단일 후보 출마로 민노총이 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일찍이 현장파 출신의 허영구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고 민노총 내 최대 정파인 국민파가 김영훈 후보를 지지하기로 하는 등 정파들의 특정 후보 밀어주기는 이번 선거에서도 되풀이됐다. 결국 중앙파로 분류되는 임 전 위원장이 후보 등록 3일 만에 위원장직과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이번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민노총의 뿌리 깊은 정파선거는 이번에도 이어지게 됐다. 일각에서 민노총의 위원장 선거는 일반 조합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닌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선거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범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900여명의 대의원들이 체육관에 모여 간선제로 위원장을 뽑는 선거방식도 '그들만의 리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후보들은 정파 선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일반 조합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후보를 직접 뽑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멀어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이를 인식하고 2007년 규약 개정을 통해 이번 선거 때부터 직선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지난해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하조직의 준비 부족 ▦선거 기초자료 확보의 어려움 ▦ 복수노조•전임자 등 노동현안 등을 이유로 3년 유예를 결정했다. 스스로 내린 결정을 또다시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이에 대해 이수봉 대변인은 "총회를 갈음하는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것이니 만큼 조직의 결정사항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은=28일 치러질 위원장 선거는 크게 범국민파 대 현장파의 대결로 압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철도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후보는 특정 정파에 소속돼 있지 않으나 국민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민노총 출범 초기부터 지난해 초까지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허영구 후보는 현장파 출신으로 강한 조직력을 앞세우고 있다. 정파별 대의원의 분포만 따지면 범국민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나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내지 않은 중앙파가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총은 28일 서울 강서구 KBS 88체육관에서 49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위원장-사무총장 조와 7명의 부위원장 등 6기 임원을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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