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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중견기업 불이익 최소화하자는게 정책 핵심"

■ 중견기업 육성 정책 좌담회<br>"역량 갖췄다면 덩치 커져도 글로벌기업으로 집중 육성을"

왼쪽부터 강호갑 회장, 곽수근 교수, 정재훈 원장, 한정화 청장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견기업 정책좌담회에서 정재훈(왼쪽부터) 산업기술진흥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창조경제 시대 중견기업의 역할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규모 기준으로만 딱 잘라 구분해 되레 부작용 커
중소·중견기업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필요
법·제도 만드는데 수년… 창조경제 위해 서둘러야
'부모와 함께 기업탐방' 등 인식개선 노력하고
좋은 인재 오게 연구인력에 파격 인센티브 제공
정부·업계 기득권 내려놓고 사회적 합의 이뤄야


"중견기업 육성 정책은 자금·세제혜택을 주자는 차원이 아니라 법과 제도 밖에 있는 중견기업들이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 것입니다."

'중견기업의 역할과 바람직한 육성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울경제신문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견기업 정책 좌담회에서 민·관·학 전문가들은 창조경제 시대 중견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견기업 육성 정책이 퍼주기라는 잘못된 인식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특히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됐다고 무조건 "이제 넌 안 돼"가 아니라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덩치가 커졌다 하더라도 집중적으로 육성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중견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들은 중견기업을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견기업육성법 등 제도적 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인력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하고 산학연을 활성화하려면 말뿐이 아닌 정책 담당자들의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고급 연구인력에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육성을 위한 법과 제도 등을 만드는 데 수년이나 걸리는 답답한 현실도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이기주의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가 경제나 국민을 생각해 가능한 한 빨리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고언이다.

또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꿈이고 대기업은 중견기업의 꿈이 될 수 있다"며 "규모 기준으로만 기업을 딱 잘라 구분하지 말고 기업 간의 목적을 연계시켜 하나의 생태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편 가르기가 아닌 중견·중소기업을 같이 묶어 성장·발전해나갈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좌담회에는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교수,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이 참석했다.

◇참석자(가나다순)=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곽수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사회=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성장 정체 극복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창조경제'를 강조해왔습니다. 지난 1년 창조경제가 어떻게 실현됐는지 짚어 주십시오.

△곽수근 교수=창조경제는 큰 개념입니다. 지향해야 할 패러다임은 분명하지만 단시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정부가 단기적인 성과로 무엇을 보여준다는 것보다는 향후 장기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운동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또 정부 부처 한 곳에서 이끌기보다는 부처간 연계나 섹터들의 업무 방식 변화가 있어야 창조경제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재훈 원장=곽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지금은 시간을 갖고 씨앗을 뿌리는 과정입니다.

기업 생태계 전체가 바뀌는 것이 창조경제로 오랫동안 유지됐던 기업 관행이 바뀌려면 소비문화, 기업문화, 행태 자체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강호갑 회장=무엇이든 이뤄낼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창조라고 봅니다. 우리 기업가들은 정책 전문가도, 학자도 아니지만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기업활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도와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정화 청장=중기청은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올 한해 벤처·창업 선순환 생태계 구축방안을 마련하고 중견기업 육성, 소상공인 자생력 강화 방안 등 분야별 시책을 준비했습니다. 다만 지난 1년은 기초를 다진 시기로 아직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오진 않았습니다. 내년부터는 주요 시책들이 본격적으로 시행돼 성과가 점점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창조경제 시대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맞는 중견기업의 역할과 정책 기조는 무엇일까요.

△정 원장=현재 산업정책 중에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중소기업 정책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발적으로 중견기업이 되고 싶어하는 기업이 전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문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실제론 피터팬 증후군이 심한 상황입니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견기업 정책이 나와야 합니다. 통계로 보면 성장·고용 면에서 중견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왜 진작 중견기업 정책이 없었는지 당시 정책 담당자로서 반성이 됩니다.

△강 회장=정부는 중견기업이 받는 불이익을 최소화해줘야 합니다. 중견기업은 고용창출·수출 면에서 국내 전체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견기업이 강한 독일은 유럽 전체의 29% 경제력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식으로 가려면 업계, 정부 모두 혼연일체가 돼야 합니다. 왜 진작에 중견기업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았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중견기업 정책 관련 정부 부처들도 통일된 목소리를 낼 때가 됐습니다. 관련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중기청·기획재정부 담당자들을 만나보면 생각이 모두 다릅니다. DNA가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습니다.

△곽 교수=현재 산업정책이 기업 규모 기준으로 돼 있는 것부터 바꿔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매출액이 클 수도 있고 영세할 수도 있어 어디까지가 중소기업인지 정하기 쉽지 않은데 규모로만 기업을 잘라 놓으니 부작용이 많습니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의 꿈이고 대기업은 중견기업의 꿈이 될 수 있듯이 기업의 목적이 서로 연계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중소기업에 그대로 머물려 하는 게 가장 큰 부작용입니다. 기업들을 하나의 생태계로 봐야 할 때가 온 겁니다.

중소·중견기업을 같이 묶어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며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딱 잘라서 어디와 어디는 다르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산업 정책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한 청장=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6%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고용 82만개, 600억달러를 기록해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창조경제 시대에 중견기업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대기업의 고용창출 여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중견기업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원천이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수출과 성장을 견인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합니다. 또 동반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매개체 역할도 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연결고리로서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의 변화를 선도하고 중소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부는 피터팬 증후군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중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해 성장 단계별로 기술·인력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 중견기업 관련 법 제정,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를 비롯한 성장판을 활성화하는 인프라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사회=성장사다리 정책이 중견기업에 대한 보호와 육성을 전제로 하다 보니 기업의 자생력을 키우기보다 과보호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상위 중견기업까지 세금으로 도와줘야 하느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강 회장=현재 중견기업 지원규모는 중소기업 7조원의 100분의1 정도인 700억원 정도밖에 안 됩니다. 중소기업들이 왜 중견기업을 도와주냐고 하는데 우린 사실 도움 받은 적이 없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원하는 것은 발목을 잡지 말고 마음껏 뛰어 놀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중소기업기본법을 보면 중소기업 아니면 대기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법에서 정해 놓지 않으면 근거가 없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중견기업들은 할 수 없이 중견기업이라는 말을 만들고 법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거라도 있어야 선순환 과정을 거치며 부드럽게 성장해나갈 수 있습니다.



△정 원장=중견기업 육성은 혜택을 주자는 차원이 아니라 소외된 중견기업들에 관심을 두고 현재 겪고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주자는 얘깁니다.

기업별 정책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정책 대상에서 벗어나는 기업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해 매출액이 늘어나 중견기업이 되고 나니 대기업에 납품이 안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누가 중견기업이 되려고 하겠습니까. 성장하는 데 막혀 있는 것을 풀어주자는 것이지 재정을 투입하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견기업법은 꼭 만들어야 합니다.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산업발전법·세법에만 정해져 있습니다. 이 규정이 모든 기관과 단체에 녹아 들어가야 합니다. 현재는 공무원·단체 관계자도 정확히 중견기업 개념을 파악하기 힘듭니다.

△한 청장=중견기업 정책은 단절된 희망사다리를 다시 연결해 중소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크게 보면 중소기업 정책의 일환입니다. 중소기업 정책과 상충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보완정책입니다.

중견기업 지원 확대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사다리 정책은 지원이나 보호보다는 기업 성장에 꼭 필요한 핵심적인 걸림돌 제거나 기반 마련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지원 대상은 성장 단계별 핵심애로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매우 제한적입니다. 조 단위 기업을 지원하자는 게 아니라 매출 1,000억원부터 3,000억원대까지의 기업을 집중지원해 1조원 이상의 견실한 기업으로 키우자는 것이 정책 방향입니다.

△곽 교수=중소기업에 비해 중견기업은 범위가 굉장히 넓습니다. 중소기업의 혜택을 그대로 중견기업에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중견기업 정책 목적은 다 지원해주자는 게 아니라 전문성과 핵심역량을 갖추고 글로벌 전문기업을 꿈꾸는 회사들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차원입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돼서 '이제 넌 안 돼'보다는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이라면 덩치가 크다 하더라도 집중적으로 육성할 부분이 있습니다. 중견기업은 여전히 중소기업하고 연결돼 있습니다. 납품 등의 중소기업 문제는 중견기업도 겪고 있으니 망하는 기업 도와주는 게 아니라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이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회=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합니까.

△곽 교수=이전에 서울대 경영연구소에서 '경영닥터'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5~6개 중견기업에 대해 컨설팅을 실시했는데 의외로 기업들의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인수합병(M&A) 정도는 회사에서 알아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량이 전혀 안 됐습니다. 그때 기업들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커가기 위해서는 사회가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습니다.

핸드폰 껍데기만 만들어 1조원 매출을 내는 기업의 경우 규모는 크지만 핵심역량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크다고 해서 그냥 놓아둘 문제가 아닙니다. 이런 기업들이 기술역량을 키울 수 있게 생태계가 잘 조성돼야 합니다. 세제혜택도 중요하지만 중견기업이 더욱더 핵심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정 원장=재정지원은 최소화시키되 금융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또 해외 글로벌 전문기업 육성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인력이 중요한데 이 문제는 아무리 정부나 기업이 나서도 해결이 안 됩니다.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부모들의 인식을 개선시키는 '엄마프로젝트'입니다. 청년구직자 어머님들을 우수한 중견·중소기업에 견학시켜 이 정도 기업이면 취직해도 되겠구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부모와 함께하는 기업탐방은 물론 '여친 프로젝트'도 필요합니다. 어쩌면 '여친 엄마 프로젝트'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산업기술진흥원에서는 '희망이음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탐방을 진행 중으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청장=중견기업 정책의 틀을 만드는 게 중요 과제입니다. 중견기업육성법은 만드는 과정에 있고 틀을 기반으로 뭘 채울까를 고민 중입니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대기업 이분법적으로 오다 보니 허리를 튼튼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습니다.

또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구직자들이 중견·중소기업에 안 가려고 하지만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클 수 있다면 안 갈 이유가 없다고 판단됩니다. 인식을 바꾸려면 창업기업이 대기업까지 컸다는 식의 신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무너진 기업에 대한 신화는 많은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성장 촉진에 있어서는 미흡한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틀이 없으니 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존 정책수단이라도 적극 활용하겠습니다. 또 중견기업의 중소기업 M&A를 활성화해보고 싶습니다. 중견기업들이 작은 기업을 M&A하면 빨리 커질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정책의 딜레마는 구조조정이 잘 안 되니 영세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임금도 제대로 못 주고, 세금도 못 내고, 인력도 안 오고, 정부에 지원해달라는데 지원해줘봤자 효과도 없는 것입니다. 산학연을 통해 중견기업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고민 중입니다.

△정 원장=산학연 얘기가 나왔는데 정부 출연 연구기관들이 중소기업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은 하지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역량 있는 연구원들은 중소기업 관련 부서가 경력에 마이너스라고 여겨 싫어합니다. 2~3년 근무하면 그 시간은 아예 경력에서 버리는 식입니다. 산학연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이 연구원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금융기관에도 이제부터 중소·중견기업 지원하자고 말로 해 봤자 안 됩니다. 박애주의자도 아닌데 어떻게 인센티브도 없이 위험을 무릅쓰면서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라고만 할 수 있겠습니까.

△곽 교수=창조경제가 되려면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게 우선입니다. 출연 연구기관들이 논문만 작성하는 게 목적은 아닌데 규정 때문에 존재 이유와 관계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견기업법도 그냥 법 하나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중견기업이 잘 커나갈 수 있는 일종의 무브먼트(운동)로 나아가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지원이라면 중견기업은 육성으로 보고 '월드클래스300'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핵심역량과 의지를 갖춘 기업을 키워야 합니다.

△강 회장=틀이나 제도가 없으면 아무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 회사는 자동차 섀시(차체)를 만듭니다. 국내 1위로 해외에도 적극적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2년 전에는 독일 BMW에 차체를 공급하려 하는데 BMW가 매뉴얼을 독일어로 달라는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독일어 하는 인재를 뽑으려 했지만 월급을 더 준대도 아무도 안 온다고 합니다. 이런 중견기업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도화해야 합니다.

또 중견기업육성법과 관련해서도 일부에서 세상에 없는 법을 왜 만들려 하냐고 하지만 세상에 없으니까 잘 만들어서 전세계에 팔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한 청장=인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 인센티브를 주자고 정부부처와 얘기 중입니다. 업계의 영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 특허기술이 필요하다면 비싼 돈 주고 사오는 게 아니라 직접 그 인력을 데려와야 효과가 나는 것입니다. 이런 것에 인센티브를 줘야 합니다.

△정 원장=이제까지 사례를 보면 연구단체에서 기술을 보유한 연구원이 중소·중견기업에 가는 경우는 30%도 안 되고 새로 뽑아서 보내면 기업활동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이 문제는 한 부처가 해결할 것은 아니고 예산실·기재부를 비롯한 각 부처들이 한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근데 사실상 부처 실무진으로 가면 예산 때문에 안 되고 세제 때문에 안 되고 또 뭐 때문에 할 수 없다고만 해 답이 안 나옵니다. 지금은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니 또 이런 논의 기회가 오면 바로 차관급, 장관급으로 가서 그 자리에서 결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사회=마지막으로 중견기업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나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곽 교수=강건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강건해지려면 글로벌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능력 없는 기업을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기업이 더 큰 능력을 갖도록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할 일입니다. 기업이 혼자서만 잘할 수는 없으니 더 잘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또 금융권, 대학도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정부와 기관들이 기업들의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야 합니다.

△강 회장=시간이 없습니다. 법안 하나 만드는 데 몇 년씩 걸리는 게 현실입니다. 정책결정자가 결정하면 일하는 사람들도 따라줘야 합니다. 제 자신에 대한 채찍질이기도 하지만 기득권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득권 내려놓고 마음 비우고 국가경제나 국민들 생각해 가능한 빨리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드는 게 우선입니다. 중견련도 남들이 안 하는 부분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습니다.

△한 청장=두 가지를 강조하겠습니다. 하나는 창조적 균형정책입니다. 균형을 잡아주는 게 필요합니다.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은 선진화 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양질의 일자리와 튼튼한 중산층, 또 중소기업 육성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 우물쭈물 시간낭비하고 할 여유가 없습니다. 상황이 절박하니 관계자들이 컨센서스를 만들고 언론에서도 올바른 지적을 해준다면 앞으로 좋은 모양을 갖춰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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