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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주강국 되려면

"미국ㆍ프랑스 같은 우주강국이 마치 먹이사냥에 나선 맹수마냥 참가국들을 바라보고 있어요. 잡아 먹히지 않으려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지난 10월 초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제63회 국제우주대회(IAC)에 참석한 우리나라 관계자는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위성과 발사체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기술력에 바탕을 두고 이뤄지는 만큼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정신 차리고 기술개발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주강국은 단순히 제품 하나를 수출하는 게 아니라 관련기술과 인프라를 함께 이전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 기술과 인프라를 쉽게 이전해주지도 않는다.

최근의 나로호 발사연기 과정을 들여다보자. 작은 고무링 몇 개 때문에 발사가 연기됐다. 우리는 눈만 껌벅거리며 1단 로켓 수출국인 러시아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고무링에 왜 결함이 생겼는지, 고무링만 새것으로 갈아 끼우면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러시아에 끌려 다니기만 했다.

우리도 아리랑 위성 3호와 같은 위성 설계ㆍ제작ㆍ운용 기술에서는 충분히 우주강국들과 겨룰 만한 기술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위성을 만들어도 정작 우주공간에 올려놓을 기술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 위성을 우주에 올려놓는 기술을 얻기 위해 준비한 나로호 발사계획이 고무링 때문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우리에게서 비롯됐다. 과학기술 전담부처는 정권이 교체되면서 수 차례 생겼다 없어졌다를 반복했고 투자는 들쭉날쭉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이 걸음마 단계에 있는 이유다.

다행스럽게도 '한국형 발사체(KSLV-Ⅱ)' 사업은 나로호의 성패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사업만 지속된다고 해서 기술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간 국가 연구개발 투자 수준이 연평균 11.8%씩 증가했음에도 기술경쟁력이 2007년 6위에서 2011년 14위로 하락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조만간 나로호 3차 발사가 다시 시작되지만 이번과 같은 답답한 상황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이런 상황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권과 상관 없는 장기적인 계획 아래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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