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시와 메트로ㆍ도시철도 등에 따르면 맥킨지는 메트로와 도시철도를 단계적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이번주 중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서울에는 민자사업인 9호선을 제외하면 8개 지하철 노선이 있는데 이 중 1~4호선은 메트로가, 5~8호선은 도시철도가 맡아 운영해오고 있다.
맥킨지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맥킨지가 컨설팅 초기에는 메트로와 도시철도의 개별 생존방안을 연구해왔지만 대안마련에 한계가 있어 공통업무를 먼저 통합한 뒤 나중에 법인합병 등의 완전통합 방안을 대안으로 픽스(결정)했다"며 "이르면 이번주 중 서울시장에게 보고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맥킨지의 제시안에 따르면 우선 두 기관의 지하철 관제소나 시설유지ㆍ보수, 콜센터 등의 공통업무는 통합해 운영하도록 했다. 두 회사의 뼈대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맥킨지는 두 기관의 법인을 하나로 합병하거나 두 공기업의 사장(CEO)은 그대로 두고 그 위에 조직을 총괄하는 회장직을 신설해 사실상 합병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도 최근 간부회의 등을 통해 "똑같은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데 두 개의 기관이 저마다의 디자인으로 운영하면 시민들도 헷갈려 할 것"이라며 "공통업무를 통합하면 경영효율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해 두 기관의 통합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두 기관의 공통업무 통합작업은 연내 곧바로 착수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노조의 반응이다. 통합작업이 진행되면 본사 인력의 재배치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노조가 반대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는 채무감축을 중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어떻게든 두 기관을 통합해 부채를 줄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재선 도전을 선언해놓은 상태라 노조와의 마찰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어서 서울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트로는 지난해 말 부채가 2조4,300억원, 도시철도는 1조1,000억원 등 두 공기업의 부채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도시철도는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적자발생으로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다. 적자가 난 부분이나 부채이자 등은 모두 시민의 혈세인 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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