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범죄 관련 법률을 대폭 개정한 것은 "성범죄자에게 관용은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되고 있다. 13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강제 추행과 강간살인 범죄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친고죄 폐지 등을 담은 성범죄 관련 6개 법률의 150여개 신설·개정 조문이 19일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강간ㆍ강제추행 등 형법상 모든 성범죄와 공중 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특별법의 모든 성범죄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사라진다.
그동안 성범죄 합의를 둘러싼 2차 피해는 끊임없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실제로 한국 성폭력 상담소에 따르면 ▦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의자가 피해자 집으로 찾아와 큰 소리로 문을 두드려 이웃들이 성범죄 사실을 알게 된 경우 ▦ 피의자 부모가 오히려 피해자에게 찾아와 오히려 '너 때문에 아들 인생을 망쳤다'는 피해가 유형화될 정도였다. 법무부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의 처벌이 가능해져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업무 관계 등으로 피해자가 사실상 신고할 수 없어 범행이 은폐되는 사례 역시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강간죄의 대상을 현행 '부녀'에서 '사람'으로 개정해 성인 남성에 대한 강간죄도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은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역시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에서는 성범죄의 피해 대상에 남자를 포함해 규정하고 있고 남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보호를 확대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또 이번 법 시행으로 이른바 롤리타 포르노 등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된다.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와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제작·수입·수출죄'에 무기징역형이 추가됐다. 그동안 아동ㆍ청소년을 성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에 대해 정부가 지속적으로 처벌 수위를 높여온 게 반영된 것이다. 또 논란이 돼왔던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정의를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등'으로 개정하고 '소지'의 개념을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로 개정함으로써 처벌범위를 보다 명확히 했다.
성범죄자 피해자에 대한 지원도 확대돼 시행된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지원 대상을 전체 성범죄 피해자로 확대하고 의사표현이 어려운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또는 장애인 피해자를 위해 '진술조력인'을 두기로 했다.
성범죄자 사후 관리 및 재범 방지도 강화돼 과거에는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관리 기관이 달라 혼선이 있었지만 이제는 연령에 상관없이 성범죄자 등록·관리는 법무부, 공개·고지는 여성가족부로 각각 일원화했다. 읍·면·동까지만 공개되던 성범죄자의 주소를 도로명과 건물번호까지 상세화하고 경찰 등이 고해상도로 찍은 범죄자 사진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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