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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IT에도 국경이 있다

국내 정보기술(IT) 마니아들에게 애플과 구글은 언제나 찬양의 대상이었다. 애플은 혁신, 구글은 개방의 아이콘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네이버 등 국내 기업과 줄곧 비교 대상이 됐다. 마니아들에게 애플과 구글은 그저 ‘진리’였다.

이런 혁신과 개방의 아이콘들이 최근 우리나라의 뒤통수를 쳤다. 애플은 최신 운영체제인 iOS6부터 독도를 독도(Dokdo)∙다케시마∙리앙쿠르암이라는 세 가지 명칭으로 병기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외 지역에서는 독도로 단일 표기한 것에서 방침을 바꾼 것.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지난달 구글맵을 업데이트하며 독도를 리앙쿠르암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애플은 아직까지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고 구글은 정치적 분쟁 지역에서는 중립적 표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업계에서는 세계 3위 규모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일본의 영향력을 애플과 구글이 무시하지 못해 내린 결정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독도의 명칭 수정은 국내 IT업체들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애플과 구글이 내세우는 기계적인 ‘정치적 중립성’보다는 우리 역사를 알고 있는 한국 기업으로서의 ‘정치적 올바름’을 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를 통해 “글로벌 기업도 국경이 있다”며 결국 업체는 자신이 속한 국가의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애플과 구글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위는 장 교수의 지적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미국의 간판 기업인 두 업체 모두 자신들이 속한 나라,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미국 기업인 애플과 구글의 속살을 똑바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영토 표기 사건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해외 업체에 대한 선망은 우리 기업들이 일취월장하며 국제 무대에서 선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사그라졌지만 IT업계에서는 여전한 편이다. 국토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지만 탈국가를 부르짖는 IT기업이 대부분인 요즘, 이들이 이야기하는 탈국가가 그저 장삿속을 위한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하지는 않은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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