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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쩐의 전쟁' 미국 대선… 억만장자들의 선택은?

슈퍼팩 통해 무제한 모금 가능해져 억만장자들 돈 동원력이 당선 좌우

작년 후원금 상위100명 3억弗 넘어 다양한 사회이슈로 양당 지원액 비슷

민주 지지자, 소로스 등 자수성가형… 공화는 코크 형제 등 상속부자 많아



미국 대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면서 미 억만장자들이 누구 편에 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선거가 2000년대 들어 초박빙 양상을 보이면서 미디어 광고와 홍보 등에 쏟아 부을 정치자금 동원력이 당선을 좌우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억만장자들의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미 선거가 '1인=1표'가 아닌 '1달러=1표'의 금권선거로 타락했다는 비판은 식상할 정도이다.

◇억만장자들, 민주당 대 공화당 지원 팽팽= 미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100명의 정치자금 기부자는 총 3억2,300만 달러를 양당에 지원했다. 이는 200달러 미만의 후원금을 낸 소액 기부자 475만명의 3억5,600만 달러에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재미있는 점은 억만장자들이 보수 성향의 공화당에 돈을 일방적으로 몰아줄 것이라는 통념은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들 상위 100명 가운데 52명은 민주당 편이었다. 민주당 후원금도 1억7,400만 달러로 공화당의 1억4,000만 달러를 웃돈다. 이는 한국과 달리 미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빈부 격차는 물론 동성결혼, 이민개혁, 총기규제, 환경보호, 대외정책 등 다양한 아젠다를 놓고 충돌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령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로 지금은 은퇴한 톰 스테이어는 총 7,430만 달러 가운데 90%를 기후변화 운동을 주도하는 민주당의 슈퍼 팩(super pac·정치행동위원회)에 지원했다. 슈퍼 팩은 공직선거 후보자나 정당의 외곽 정치자금 모금단체를 말한다. 다만 상위 10명 가운데 무당파로 분류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을 제외할 경우 6명은 공화당을 집중 지원했다. 민주당 편은 3명에 불과했다.

또 미국의 '슈퍼 리치'들이 민주당에 더 많은 '실탄'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공화당 성향의 억만장자들은 기부 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정치자금을 간접 지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석유재벌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가 양당 통틀어 최대 돈줄이지만 공개 자료에서는 지난해 정치자금 기부액이 각각 10위, 29위에 그친 게 단적인 사례다.

지난 2010년 미 대법원은 슈퍼팩을 통해 개인이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그 여파로 내년 모든 대선 후보들의 자금 지출 규모는 50억 달러 가량으로 2012년 대선 때 26억 달러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정치 전문매체인 '더 힐'은 추정하고 있다.



◇자수성가형이 많은 민주당= 민주당 지지 성향의 억만장자는 거의 대부분 창업주 등 자수성가형이다. 자신의 경험상 빈곤층 자녀 교육 등을 통해 '기회의 균등'이라는 미국적 가치의 복원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디어 공룡인 '뉴스 웹'의 로버트 아이채너 회장과 제임스 시몬스 르네상스 테크놀리지 설립자는 2012년 대선, 2014년 중간선거 등 2번의 선거에서만 각각 2,315만 달러, 1,718만 달러를 민주당에 몰아줬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의 조지 소로스 회장은 지난해에만 민주당 측에 380만 달러를 지원했다. 소로스 회장의 아들과 며느리인 요나단·제니퍼 소로스도 지난해 170만 달러를 후원했다. 고 스티브 잡스의 부인인 로렌 파월 잡스의 경우 지난해 9월 50만 달러를 시작으로 민주당 기부액을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재산은 38억 달러에 달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보유 재산만 645억 달러에 이르고 민주당의 열렬한 지원자지만 씀씀이는 짠 편이다. 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에 기부한 금액은 2만5,000 달러에 불과하다. 선거를 슈퍼 리치의 돈이 좌우해서는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등도 민주당 지지자들이지만 기부액은 100위권 밖이다.

◇창업자·상속부자 골고루 섞인 공화당=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 성향 억만장자들의 성장 배경은 다양하다. 상속 부자의 대표 주자는 워싱턴 정가에 최대 영향력을 갖고 있는 코크 형제다. 이들은 올 1월 자신들의 인맥을 바탕으로 공화당에 역대 최고액인 9억 달러를 쏟아 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의 자녀인 롭슨·짐·앨리스 윌튼, 마스 초콜릿의 상속자인 포레스트·존·잭클린 마스, 존슨앤존슨 창업자의 증손자인 우디 존슨 등도 공화당 후원자다. 상속 재산을 유지하려면 아무래도 보수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형으로는 유대계 인맥의 핵심이자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인 셸던 애덜슨이 꼽힌다. 그는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공화당에 지난해에만 1,320만 달러를 지원했고 자신처럼 이민자 아버지를 둔 쿠바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과 가까운 사이다. 삼성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폴 싱어 엘리엇 매니지먼트 회장의 경우 지난해 공화당에 1,260만 달러를 후원했다. 그는 동성애자인 자신의 아들을 위해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차별금지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댄 롭 서드포인트 회장과 칼 아이칸 아이칸엔터프라이즈 회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 나이키 공동 창업자, 마이클 델 델 컴퓨터 창업자 등이 공화당 성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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