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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첩' 수난


어제 여의도에서 솔로대첩이 열렸다. 며칠 전 솔로대첩에 관한 첫 기사가 나왔을 때 내용을 읽어 보고 기가 막혔다.

내용인즉 여성은 붉은 옷을, 남성은 흰색 옷을 입고 줄지어 서 있다가 신호가 떨어지면 뛰어가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하는 이벤트다.

기가 막혔던 이유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대첩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의미의 모호함 때문이었다.

원래 대첩이란 '큰 승리'를 의미한다.

행주대첩ㆍ한산대첩ㆍ명량대첩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첩이란 단어는 태생적으로 과거 시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큰 승리라는 게 싸움의 결과이니 대첩은 과거 시제라는 숙명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남녀가 모여 짝을 짓는 미팅에 그것도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사건에 대첩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선택을 잘못해도 한참 잘못한 것이다.

대첩이라는 단어의 오ㆍ남용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대선 투표 며칠 전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를 두고 일부 언론들은 '광화문 대첩'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써댔다.

본문 기사 안에만 대첩이란 단어가 난무했어도 애교로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부 겁 없는 인쇄, 전파 매체들은 제목에까지 광화문대첩이라는 표현을 마구 써댔다.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의 유세가 같은 시점에 열려 난투극을 벌여 한쪽편이 떼죽음을 당했던 것도 아니고 미혼 남녀들이 만나서 패싸움을 벌인 것도 아닌데 일반인과 언론이 마구 써대는 대첩이라는 표현은 생뚱맞고 황당하다.

일반인이 단어를 잘못 사용하면 그것을 바로잡아 알려야 하는 게 언론의 본분이거늘 사전 도 안 찾아봤는지 아무 단어나 겁 없이 써대는 기자들의 자세는 같은 일로 밥을 먹는 동반자로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기야 요즘 언론의 숫자는 독자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아졌다. 그래서 기자들도 넘쳐난다.

특정 분야의 회견이나 간담회에 가보면 몰려든 기자들의 숫자에 기가 질릴 정도니, 이런 단어의 오ㆍ남용이 난무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도 기자는 바른 글을 써야 한다. 신문은 뉴스 전달 만큼이나 중요한 교육적 기능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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