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김 회장에 대한 공로금 지급 자체에 대해 논란이 빚어진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무엇보다 수십억원이라는 규모가 국민 일각의 정서에 거슬렸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작은 단자회사를 굴지의 대형 은행으로 육성한 김 회장의 공로를 감안하면 수십억원이 아니라 100억원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외환은행과 합병까지 성공시키고도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모습은 그만한 보상자격을 뒷받침해준다.
영업을 잘해 남긴 이익금을 주주와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것은 액수가 무리하지 않다면 은행이든 사기업이든 정당한 권리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런 것들이 처음부터 투명하게 이뤄져야 안팎의 오해를 사지 않는다. 더욱이 은행은 기업과 달리 철저한 면허사업으로 정부의 보호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공기업에 가깝다. 아직도 여전히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잘 헤아려 이번 공로금 지급결정 과정이 애초부터 공론화됐다면 논란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정작 김 회장 자신이 공로금 지급규모를 막판까지 모르고 있다가 난처해졌다고 한다. 김 회장의 기부 결정이 여론에 밀려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만 여론을 의식했든 안 했든 그 결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하나금융의 등기임원 공로성 퇴직금 지급은 금융권에 선례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의 공로야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앞으로 논란을 부를 다른 사례들이 터져나올 수 있다. 따라서 퇴직금을 비롯한 임원 보수체계를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시스템을 차제에 본격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은근슬쩍 이사회에서 방망이를 두드릴 것이 아니다. 은행권의 보상위원회를 경영진과 이사회의 구속을 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