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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금융산업 왜 낙후돼있나] <1> 경쟁이 없다

IMF이후 은행 신규 진출 없어… 이자놀이 급급한 '온실속 화초'<br>금융당국 과도한 개입에 과점체제 구축… 발전 막아<br>고금리 입출식예금 등 상품 경쟁도 사실상 발목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세계경제포럼(WEF) 경쟁력 지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리나라 경쟁력이 25위로 전년 대비 6단계 떨어진 데는 금융경쟁력의 부재가 크다는 데 대한 반론인데 WEF의 내용은 주관적인 설문조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통계상 금융 순위 대비 설문조사 결과 등수가 너무 낮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글로벌 금융사가 없고 기업들의 해외 진출 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를 지으려 해도 이를 지원해줄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어려움을 겪는다. 낙후된 금융산업 문제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금융의 발전 없이 국민소득 3만~4만달러 시대는 요원하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와 이에 대한 대안을 7회에 걸쳐 알아본다.

대한민국 금융시장에는 제대로 된 경쟁이 없다. 금융감독당국의 비호와 관심 아래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은 편하게 이자놀음만 해왔다. 은행들은 전통적인 영업 시장이 비좁자 체급이 다른 저축은행과 캐피털사의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금융산업이 성장은커녕 뒤로 퇴보하는 것이다. 이러니 글로벌 금융회사는 차치하고 대형 금융사의 글로벌 순위가 자꾸만 뒤로 밀리고 있다.

◇IMF의 트라우마=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맞게 된 우리나라는 이듬해인 1998년 은행 퇴출작업을 시작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 미만인 은행은 문을 닫게 한 것이다. 이때 대동ㆍ동남ㆍ동화ㆍ경기ㆍ충청 등 5개 은행이 퇴출됐다.

1998년 한 해에만 5개 은행을 비롯해 97개 금융사가 문을 닫았다. 직장을 떠난 사람만 6만8,500여명이다.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합병을 통해 보람ㆍ서울ㆍ주택ㆍ장기신용ㆍ상업ㆍ한일ㆍ평화은행 등이 사라졌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뒤로는 시중은행 기준으로 퇴출된 은행이 한 곳도 없었다. 금융감독당국도 당시의 뼈아픈 경험 탓에 은행 건전성 관리라면 만사를 제치고 개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외화 지급 보증을 서줬다. 단 한 은행이라도 퇴출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문제는 그새 신규 진입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새로 면허를 받은 은행은 한 곳도 없다. 저축은행 같은 2금융권도 사정이 비슷하다. 새 사업자의 진출을 사실상 막았다.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기관이나 보험ㆍ카드사들도 새로 영업인가를 내주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인터넷 은행 얘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쑥 들어갔다. 겉으로는 경쟁한다고 하지만 제대로 된 경쟁이 사라진 것이다.



금융은 안전성이 매우 중요하지만 기존의 과점 체제를 깨뜨릴 정도의 '메기' 역할은 누군가 해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산업이 망하면 안 되지만 은행은 문제가 생기면 문을 닫을 수도 있는데 과도하게 감독당국이 은행과 금융회사들을 보호해왔다"며 "은행권 구조조정을 통해 밭을 잘 갈아놨더니 어쩌다 살아남은 곳들이 온실 속의 화초처럼 쉽게 성장해왔다"고 지적했다.

◇'무(無)경쟁'에 발전도 없어=2010년 금감원은 일부 은행이 역마진을 보면서 집단대출에 나선다고 제동을 걸었다. 올 3월에는 근로자 재산형성저축의 지나친 경쟁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과도한 경품 제공을 막았다. 심각한 경쟁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지만 일정 수준의 경쟁은 소비자들의 후생을 높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에는 최수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서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원사격에 나설 정도다. 낮은 대출금리와 높은 수신금리로 시중은행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상품들도 정책금융 개편에 따라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경쟁을 알아서 막아주다 보니 은행들은 필요한 부분에서만 경쟁을 하고 수수료와 금리 등에서 사실상 담합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한다고 말하지만 각종 수수료 가격이나 은행의 영업 방식은 하나같이 똑같지 않느냐"며 "경쟁을 활성화시키면 소비자 보호는 물론이고 금융산업 자체의 발전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산업은행이 독점하던 발전소 플랜트 금융에 국민은행이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발전사업자들은 금융 비용을 아끼고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제도권 금융보다 서비스업 성격이 강한 대부업체들은 서민금융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빠르게 크고 있다. 한 전직 시중은행장은 "은행 등 금융사의 과당경쟁은 극히 일부분에서 일어나는 것이고 나머지 대부분의 영업 방식은 앉아서 편하게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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