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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도 미용실도 손님 뚝… 안산이 얼었다

■ 세월호 참사

유명 커피매장 음악 끊기고 번화가에도 사람 발길 드물어

시민들 지갑 열 엄두 못내 장기화땐 지역경제 타격 우려

세월호 침몰사고 16일째인 1일 안산 최대 번화가인 중앙역 앞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산의 주요 거리는 75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휴일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시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안산=정혜진기자

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안산 최대 번화가인 지하철 4호선 중앙역. 이곳은 시내 유일한 백화점 두 곳과 유흥·편의시설이 밀집돼 안산 시민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명소다. 이날도 가로변 점포에 나붙어 있는 실종 학생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작은 현수막들만 아니면 겉으로는 여느 도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중앙역 A백화점에는 쇼핑을 하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1층 행사장에서 브랜드 구두가 70% 할인행사를 진행했지만 매장 직원 두 명이 손님 한 명을 응대하고 있었다. 직원 권모(28)씨는 "평일은 원래 사람이 많지 않아도 주말이나 휴일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세월호 사고 이후 아예 손님이 뚝 끊겼다"며 "손님들이 오더라도 물건을 사기보다는 한번 쭉 훑어보고는 그냥 나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미용실에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앙역에서 10년 가까이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B사장은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는 손님이 특히 많이 줄었다"며 "솔직히 이런 상황에 누가 머리로 기분 내고 싶겠냐. 다들 모든 걸 미루고 있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근처 유명 커피 매장도 평상시와 달라 보이지 않지만 이날은 늘 흘러나오던 감미로운 음악이 멈췄다. 매장 주인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 애도 분위기에 맞춰 당분간 음악을 틀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인근의 휴대폰 대리점에서도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팡팡 틀어놓던 음악을 껐다. 휴대폰 대리점 직원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에 맞지 않을 것 같아 당분간 음악을 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하철역 출구에 전단지를 나눠주던 사람들도 최근에는 모두 사라졌다. 단원고 학생들이 즐겨 찾던 분식집도, 그 옆의 슈퍼도 문을 닫았다. 저녁 회식이 줄고 어쩌다 있는 회식시간도 1차로 짧아지면서 식당은 물론 술집과 노래방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월호 희생자가 상당수 발생한 안산 단원구 와동에서는 식당에도 문구점에도 주인 외에는 손님이 눈에 띄지 않았다. 단원구의 한 주민은 "자주 가던 김밥집도, 슈퍼도 모두 문을 닫았다"며 "아직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 차마 찾았느냐고 묻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산은 이처럼 모든 게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 안산시의 도매·소매업 비중은 22.5%, 숙박·음식점은 17.2%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중심의 경제로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세월호 충격이 워낙 커 집집마다 지갑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하다 보니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2차 충격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충격이 여기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장기화되면 안산 전체 가계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우려된다.

멈춘 건 소비뿐만이 아니다. 안산시 최대 공단인 시화·반월산업단지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자녀를 둔 근로자 49명이 무기한 휴가 중이다. 상당수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어 현업에 언제 복귀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 대다수는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근로자 한두 명의 결원만 생겨도 생산에 차질을 볼 수 있다. 업체 사장들도 속으로 전전긍긍하지만 국가적인 재난에 모든 걸 감내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에야 안산상공회의소가 위기감을 느끼고 결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당 업체들의 세금감면 등을 위해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안산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이모(26)씨는 "부모와 함께 쇼핑을 계획했지만 시내에 나붙어 있는 추모 현수막을 보고 죄짓는 기분이 들어 취소했다"며 "당분간은 추모 분위기에 동참할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5월에 개최되는 안산 최대의 축제인 '2014안산 밸리록 페스티벌'도 전격 취소되면서 안산의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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