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5월 21일] 딸을 시집보내며

최영집(대한건축사협회 회장)

아들만 있는 집이나 딸만 있는 집도 많은데 우리 부부는 아들 딸 골고루 하나씩 있으니 운이 좋은 것 같다. 그것도 위로 아들 아래로 딸이니 큰아들 큰딸이자 외아들 외딸이다. 위가 아들인 것은 자라면서 든든한 아들 몫을 해주니 아버지로서 상당히 편하기도 하다. 누나 밑에 아들은 왠지 나약해질 우려가 있는 것 같고 오빠 아래 여동생을 두어야 모양이 좋아 보이는데 다행히 3년 터울로 그렇게 남매를 두니 복이 많은 편이다. 작년에는 아들을 결혼시키며 며느리를 얻는 기쁨을 가질 수 있어 좋았고 이제는 딸을 시집보내며 사위를 얻는 다른 맛이 있어 좋다. 공평하게도 사돈댁들도 아들 딸 골고루 있어 같은 경험을 하게 되니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결혼처럼 인생에서 중요한 일은 없다. 부모 밑에서 자라다 독립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식들이 선택할 수 없는 부모를 부부간에 서로 선택하는 일이니 새로운 세대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 아무리 그 의미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를 이룰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명감을 가진 듯 최고로 교육시키고 싶어서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던진다. 그것이 인류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한다 해도 부모는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자란 아들딸들이 서로 만나 새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과잉보호는 이제 거기서 끝나야 한다. 행복까지 부모가 만들어 줄 수는 없다. 집에 차에 살림살이까지 다 챙겨 주어야 하는 지금의 부모들 풍토가 그들의 안락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진정한 성취에 따른 부부만의 행복감을 만들어 줄 수는 없을 것 같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그 가치를 잘 모른다. 스스로 차를 사고 열심히 닦고 관리하는 사윗감의 자세가 너무 기특하고 대견하다. 힘들고 어려운 분야를 택하여 정진하고자 하는 그의 직업관도 반듯하니 그 장인에 그 사위가 될듯해 내심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세계적인 화가의 꿈으로, 교수의 꿈으로 키운 딸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결혼과 더불어 관리 책임을 사위한테 넘기고 이제는 모른척하고 발이나 뻗고 자야 할 것 같다. 자식 키우느라 노심초사, 좋았던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해진 애처로운 아내에게만 이제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이제는 관리 주체가 넘어갔으니 간섭하지 말고 지원하지 말고 홀로 설 수 있도록 구경만 합시다. 훌륭하게 배우자를 키워주고 허락해주신 사돈댁에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고 삽시다. 자식들의 자식들에게 그들 역시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도록 기도드리며 조용히 우리 인생의 황혼기를 즐기며 삽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