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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림 한점에 수천억… 경매시장선 무슨 일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br>(피에르 코르네트 드 생 시르·아르노 코르네트 드 생 시르 지음, 시공아트 펴냄)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잎사귀와 가슴' 사진제공=시공사


가장 비싸게 팔린 걸작에 얽힌
재력가 자존심 싸움·뒷얘기 담아


지난 5월,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1895년작 '절규(Scream)'가 뉴욕 소더비 경매에 올랐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과 대중예술에까지 영향을 미친 뭉크의 대표작이자 경매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귀한 작품이라는 후광에 힘입어 1억1,992만 달러, 우리 돈으로는 약 1,355억원에 낙찰돼 세계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세로 79㎝, 가로 59㎝ 크기에 파스텔로 그린 120년이 채 안된 그림이 소규모 중견기업의 연매출과 맞먹는 가치를 보여줬다.

이처럼 고가의 미술품 이야기는 흥미롭다. 상상을 초월한 가격이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만 이들 미술품 뒤에는 부자들의 취향과 그 은밀한 거래가 숨어있어 더 관심을 끈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걸작 100점을 모은 이 책은 세계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프랑스 출신의 미술품 경매인이자 수집가인 '팔레 드 도쿄'(파리 소재)의 관장과 그 아들이 함께 썼다. 하지만 수록작이 경매 최고가 100위 작품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100위 안에는 피카소의 작품이 17점, 베이컨이 11점, 구스타브 클림트가 7점 외에 모네ㆍ모딜리아니ㆍ반 고흐ㆍ세잔ㆍ워홀의 작품이 각 5점씩 올라있기 때문이다. 10명 미만의 작가가 100위 작품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기에, 저자들은 독자가 다양한 명화를 볼 수 있게끔 한 작가당 최대 2~3점씩 만을 소개했다.

뭉크의 '절규' 이전의 최고가 기록은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누드, 녹색잎사귀와 가슴'('누드, 녹색잎과 상반신'으로도 번역)이 갖고 있었다. 여성편력으로 유명한 피카소는 46세 때 16세 소녀 마리테레즈를 만났고 부인 올가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눴다. 가슴을 드러낸 젊은 여인과 피카소 자신을 상징하는 두상이 등장하는 이 '미친 사랑'의 결과물은 2010년 5월 1억660만달러(약 1,290억원)에 낙찰됐다. 부동산 재벌이자 미술콜렉터로도 유명한 시드니 브로디 부부가 소장했던 그림이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의사 가셰의 초상'은 1990년에 경매에 나와 8,250만 달러(약 933억원)에 일본인 사업가 료에이 사이토에게 팔려갔다. 불안한 구도의 이 작품은 '비탄에 빠진 우리 시대의 표정'이라 추앙받으며 이후 1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하지만 현재는 그 소재가 불분명하다.

이 기록을 깬 것은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인데, 2005년에 1억417만달러(약1,178억원)에 팔렸다.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발행인인 존 헤이 휘트니가 1950년 3만 달러에 구입한 것이 3,400배 이상 값이 올랐다.



한편 입찰과정에서 재력가들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게 되면 낙찰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딜리아니의 '두상'은 유럽과 미국의 입찰자 15명이 경쟁하는 바람에 예상가의 10배인 5,233만달러(약 592억원)에 팔렸다.

경매회사가 위험한 투기를 부추기기도 한다. 반 고흐의 '아이리스'는 1987년 5,390만 달러(약 609억원)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팔렸는데, 경매회사가 구매자에게 낙찰가의 절반을 몰래 빌려줬으며 구매자가 이를 갚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훗날 틀통났다.

고딕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인상주의, 근ㆍ현대로 이어지는 이 책의 마지막은 영국작가 데미언 허스트의 '황금송아지'가 차지했다. 포름알데히드로 채운 금속 수조에 송아지를 통째 담근 이 문제적 작품은 1,900만달러(약 216억원)에 팔렸다. 미술 자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예술품이 시대상황, 자본시장과 절묘하게 결합할 때 폭발적인 재화 가치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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